“생기 넘치는 마을 가꾸기에 힘 보탤 것”

 
 

송모열·류정자 부부<사진>가 송 이장의 고향마을인 읍 광포 (너웃개)로 돌아 온 것은 15년전이다. 송 모열(48) 이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 그 곳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이후 서울에서 살았다고 한다.

설천면 모천마을이 고향인 아내 류정자(44)씨는 시집가기 전인 스물 셋 나이까지는 고향에서 산 순박한 농촌처녀였다.

15년전 귀향해 농사에 전념

이들 부부는 85년 중매로 혼인을 했고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다 90년 1여년 간에 거친 남편의 설득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장남이고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송 이장의 생각이 귀향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송 이장이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한 것이 위탁농이었다. 당시에는 농기계 보급이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트랙터와 콤바인을 끌고 참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송 이장은 이 때를 두고 “다른 사람 평생 할 일을 그 때 다 한 것 같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도 마늘 농사를 3000여평 가까이 지었다고 하니 젊은 혈기를 들판에 쏫아 부었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그 후 이들 부부는 이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버섯생산시설을 들여 자립영농의 꿈에 도전했으나 90년대 중반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규모 영농자금 투입으로 버섯생산에도 과다한 경쟁이 생겨 결국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도 아직 버섯농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당장 어쩌지는 못하고 있고 요즘은 참외나 수박 등 과수 농사에 도전하고 있다.
 
“마을일 같이 하니 좋은 점 많아”

농촌이 갈수록 어려워 지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고향을 떠나거나 농사일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보니 마을일을 맡을 장년층도 적어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떠 안고 가야 할 짐은 많아졌다. 마을 청년회, 새마을지도자일 등을 맡아오기를 수 차례, 송모열씨는 결국 올해에 이장 일을 맡았다.

부인 류정자씨 또한 줄곧 마을 새마을 부녀회에서 굳은 일 마다 않는 회원 역할 등을 하다 지난해부터 회장직을 맡아 남편과 함께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나가고 있다.

이전에도 한 때는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장을 같이 맡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 함께 마을 일을 하는 것이 어떨까?

송 이장은 “농사일을 할 때도 마을일을 할 때도 항상 같이 있어 나는 좋은데 집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부부이다 보니 자주 의논하고 쉽게 부탁할 수 있어 좋다”며 웃어 보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도 마찬가지다. 부녀회 일도 하다보면 때론 남자 손이 필요한데 이런 저런 부탁을 하기가 마음 편하다고 한다. 다만 항상 붙어 있다시피 하니 “때론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며 살며시 불만을 비쳐 보이기도 했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터”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고생과 기쁨, 어려움을 함께 나눌 젊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읍내로 돈 벌러 나가기 때문에 함께 농사일을 하며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때론 상실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한다.

송 이장은 “일년 내내 농사일에 매달리다 보니 여가를 즐기기도 힘들고 비슷한 연배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이리 저리 생기는 갑갑함을 털어놓을 때도 없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부인 류 회장도 이런 마음은 다르지 않다.
농업이나 농촌에서 어느 정도 살만하면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사람들이 모여야 새로운 일이 생겨 다른 소득원이 창출될텐데,

지금은 반대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니 송 이장 부부 또한 이런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결국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현재 고향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 송 이장 부부처럼 굳은 일 마다 않고 마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그 마나 있기에 아직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남아 있는지 모를 일이다.

송모열 이장은 “읍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위치,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 약수터, 너른 대밭 등 마을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활기찬 마을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마을 공동체의 발전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 희망을 함께 일구어 나갈 더 많은 송모열·류정자 부부가 생겨나길 바래 본다.

/한중봉 기자 bagus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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