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동설 기자

 

 

2016년 보물섬예술단의 사실상 와해로 홀로서기에 나섰던 ‘남해군합창단(구 남해군립합창단)’이 연습장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해군합창단의 전신 보물섬예술단은 지난 2015년까지 ‘지역문화원(남해문화원) 활동 지원’ 대상에 포함돼 연간 2000만원의 예산으로 남해문화원이 위탁·운영해왔다. 그러나 2015년 연말께 ‘보물섬예술단’의 체계적 육성을 공언하며 보물섬예술단의 직영의사를 밝힌 남해군이 당초 약속과 달리 지난해 관련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는 등 행정적 지원을 이행하지 않으며 합창단은 위기를 맞았다.

연습장소조차 구하지 못하며 운영의 어려움을 겪던 남해군합창단은 지난해 9월에야 노인복지관에 둥지를 틀고 주 1회 연습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이조차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부터는 장소를 비워야했다. 또다시 갈 곳이 없어진 남해군합창단은 현재 단원이 운영하는 한 펜션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연습모임을 갖고 있는 형편이다.

기자는 남해군합창단의 ‘집 없는 설움’을 지켜보며 한동안 덮어두었던 생각을 반추(反芻)하게 됐다. 남해군이 군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는 있지만 정작 남해가 자랑할만한 대표 예술단체를 육성하는 일에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순수 국비사업 또는 국·도·군비 매칭사업으로 많은 문화예술 공연을 진행해왔다. 국비예산을 받아내면서까지 군민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남해군의 노력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수준 높은’ 공연을 진행한 공연단은 남해군내 예술단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문화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이었다. 남해군민들은 타 시·도에서 활동하는 전문예술인과 공연단의 공연을 볼 기회는 있었어도 그와 버금가는 기량을 가진 우리군 예술단체의 공연을 관람할 기회는 없었다.

남해군민들은 문화를 즐기려는 욕구가 강하고 직접 문화활동에 참여하려는 열의도 강하다. 각종 강좌를 통해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고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나 단체들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남해군을 대표해 타 시·군에 남해 문화의 우수성을 자랑할 만한 수준 높은 예술단체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제는 군민들에게 타 시·군이 아닌 우리군 소속 예술단이 펼치는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제공하고 문화예술로 남해의 위상을 드높일 ‘남해군예술단’ 육성이 시작돼야한다는 생각이다.

인근 창원시는 지난해 7월 ‘문화예술특별시’를 선포한 이래 창원시립예술단이 그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충남 당진시는 ‘당진군’이었던 지난 2006년 당진군립합창단을 창단·육성해 여느 시립합창단 못지않은 기량으로 당진군의 위상을 드높인바 있다. 또한 광주광역시는 발레단·국극단·교향악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등 7개 문화단체, 30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광주시립예술단을 운영하며 ‘문화수도’로 불리고 있다.

물론 광주광역시 및 그에 못지않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창원시와 작은 남해군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군립합창단 창단 당시 당진군은 이미 12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군’이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자체 크기와 예산 규모가 아니라 문화예술 진흥에 대한 열정과 장기적 안목이 아닐까한다.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Guy Sorman)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적 이미지 상품이 없다는 문화의 위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지적을 남해군에 대입하면 ‘남해의 위기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내세울만한 남해적 이미지 상품이 없다는 문화의 위기’가 된다.

문화는 사람을 불러들이고 사람이 모이면 재물도 모인다. 남해군의 문화예술이 전국에 자랑할만한 수준에 이르면 관람객이 모이고 그것이 바로 문화관광 상품이 되는 것이다.

남해군은 남해를 대표할만한 예술단을 육성하는 일이 남해군의 자랑스런 문화예술을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라는 생각으로 ‘남해군예술단 육성안’을 마련해야한다. 먼 길이기는 하나 꾸준히 가야만 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