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사무관 승진 청탁 비리사건의 1심 판결이 있은지 약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이 사건 판결이 가져온 공직사회 및 지역내 여론의 파장은 식을 줄 모른다.
박근혜퇴진남해운동본부는 1심 선고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9월 8일 박영일 군수가 자청한 기자회견 석상에서의 발언을 토대로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자진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고, 이달초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요구를 재차 밝혔다.
이후 이들은 1인 피켓시위를 비롯한 실천행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남해군의회 제216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도 이들의 이같은 요구는 거듭됐다. 이들은 남해군에서 발생한 인사관련 비리사건이 1심에서 유죄로 판결났는데도 군의회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이는 군의회의 ‘직무유기’라며 의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군의회는 박득주 의장이 임시회 폐회사 말미에 ‘인사는 만사’라는 표현을 빌어 원론적 인사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집행부의 개선을 당부하는 것으로 이들 군민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답했다. 허나 1심 선고 판결 이후 빚어지고 있는 이같은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일반 군민들의 반응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 운동본부측 내부에서도 이같은 미온적 군민들의 반응 탓인지 더욱 강력한 방식의 대처나 실천행동의 고도화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이같은 추정의 근거는 지난 2차 기자회견 당시 운동본부측은 범군민 서명운동 전개의 성격에 대해 주민소환을 염두에 둔 서명운동이냐, 정서적이고 정치 캠페인 성격의 서명운동이냐는 질문에 후자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민소환운동을 추진이 어려운 시간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상은 움직이지 않는 군민 다수의 반응 탓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필자가 보건대 이번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의 핵심은 정치의 영역에서 따질 사안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유무죄,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은 아직 사법부의 추가적인 확인과 판단의 과정이 남아 있다. 이런 과정에서도 남해군의 인사행정은 지속된다.
핵심은 인사행정에서 이같은 실책(失策)이 왜 빚어졌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개선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위·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승진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실행에 옮겨졌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엄정하지 못한 공직내 인사기준과 원칙, 일관된 인사시스템의 부재(不在)가 더 큰 원인이다.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 후 공직내 인사는 큰 틀내에서 고전적 연공서열 또는 성과주의의 인사 기준을 오가기는 했으나 인맥과 학연, 지연과 혈연, 인사권자와의 친소관계, 때로는 선거과정에서의 기여도 등으로 고려해야 할 인사의 기준이 확대됐다. 성년이 된 지방자치제는 이같은 인사비리의 싹이 틀 수 있는 온실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정기인사 이후 인사와 관련된 각종 후문(後聞)의 근원이 공직 내부다. 공무원 스스로 “나는 돈을 안써서 승진이 안된다”는 소리를 공공연히 내뱉는다.
박영일 군수에 대한 사퇴 요구나 ‘당사자’ 논란보다 더욱 선행돼야 할 것이 이번 사건의 기저에 깔린 인사 관련 만연한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확실한 후속조치로 공직 내부에서 인사행정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다만 조정될 뿐이다. 인사시스템의 쇄신이 갈등을 조정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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