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넋 기리는 추모 행사로 진행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온갖 고초를 겪은 故 박숙이 할머니가 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은지 49째 되는 날인 지난 23일, 고인의 넋을 기리는 천도재가 열렸다.
이날 천도재는 생전 고인을 돌보며 시민장례를 준비했던 남해군여성회(회장 김정화)와 초재부터 6재까지 천도재를 지내 온 원불교 경남교구 남해교당(교무 김국진)이 주최해 원불교 남해교당 대각전에서 거행된 가운데 원불교 경남교구 진주지구 교무들과 군민 등 20여명이 찾아 박 할머니의 영면을 기원했다.
박숙이 할머니는 1922년 고현면 관당에서 태어나 16살 되던 1939년 이종사촌 언니와 조개캐러 가는 길에 끌려가 상하이에서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았고, 해방 이후에도 일본군 성노예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채 28년만에 고향 남해를 찾아 가슴으로 낳은 3자매를 키웠다.
국내에서 237번째 위안부 할머니로 등록된 박 할머니는 관내 학생들에게 위안부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을 강연을 통해 전해오다 병환이 깊어졌고,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한채 지난해 12월 6일 생을 달리했다.

천도재는 이 같이 삶 속 한을 풀지 못하고 떠나신 박 할머니에 대한 약력보고를 시작으로 재주헌공 및 고사에 이어 염불과 천도법문, 독경과 축원문 낭독이 진행됐다.
또 박 할머니의 영면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원불교 경남교구 김경일 교구장의 법문을 사무국장이 대독했으며, 원불교 진주교당 김서진 교무는 설법을 통해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래로서 현재의 삶과 엮인 것들을 떨쳐내지 못하면 다음 생애까지 이어지기에 박숙이 영가가 이 세상에서 지고 있었던 한의 무게를 덜고 청청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지역 출신의 시인과 가수가 참석해 추모시 낭독, 추모의 노래에 이어 참석 군민의 분향이 이어졌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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