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는 닭과 들(野)의 꿩을 의미하는 말로 의역하면 ‘가까이 둔 닭 보다는 멀리 있는 꿩을 귀하게 여길 때’를 비유해 자기 집의 것은 하잖게 여기면서 남의 집의 것만 좋게 여길 때, 좋은 서법(書法)을 버리고 나쁜 서법을 좋아 할 때, 아내를 소박(疏薄)하고 첩(妾)을 좋아 할 때, 흔한 것을 버리고 언제나 새롭고 진귀(珍貴)한 것만 중(重)이 여길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를 맞아, 닭에 관한 사자성어가 흥미롭고 의미가 있어 그 뜻을 한 번 다뤄보려 한다.
정유년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서른네 번째이며, 십이지(十二支)로는 열 번째로, 붉은 닭 즉 수탉을 의미한다. 특히 수탉은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며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 홰를 치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기상을 나타내는 친숙한 동물이다.
따라서 닭의 해인 정유년에는 이같은 수탉의 기상을 닮은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며, 닭은 보통 영성(靈性)이 있는 띠여서 그런지 붉은 닭의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재주도 있고 총명한 편이고, 천성이 활발하여 처세도 원만해 대인접촉에도 재주가 있고, 성품은 급하면서도 유순한 편이며, 애정도 많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가계야치’는 중국 진(晉)나라 ‘진중여서(晉中與書)’에 전해 오는데, 진나라 유익(庾翼)은 왕의지(王義之) 서법과 견줄만한 정도의 명필이었는데, 이 유익의 서법을 배우고자 중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계속하여 쇄도하였다.
하지만 유익의 집안가족들은 당시 유행하던 왕의지의 서법만 배우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때 유익은 지인(知人)들에게 섭섭함과 답답한 심정을 털어 놓았는데 “아이들과 가족들은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하게 여겨, 모두 왕의지의 필법만 배우고자 하니 한탄스럽다”라고 한데서 유래했다. 자기 것은 소중한지 모르고, 남의 것을 더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착오에 빠지기 쉬운 우리네 일상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하지 않은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성어이다.
남녀관계든, 가족관계든, 사회관계든 가장 가까운 사람을 쉽고 편하게 생각하여 소중함을 잃어버리는데, 타인에게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을 소원(疏遠)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어둠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닭을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희망찬 울음소리로 한해를 열기를 바라며 올해는 밝고 건강한 사회, 웃음과 기쁨이 풍성한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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