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값 정책 실패, 농민이 안아야 할 책임인가
정부의 쌀값 정책 실패, 농민이 안아야 할 책임인가
  • 남해신문 기자
  • 승인 2017.01.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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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 벽두, 희망과 덕담이 오가야 할 시점에 우리 지역 농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는 쌀값 하락세로 인해 이미 생채기날 대로 나있는 농심에 또 한번의 대못을 박는 정부의 발표가 이어진 것이다. 공공비축미 및 시장격리곡 등 정부수매미곡의 농가 우선지급금 일부를 환수하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군내 환수규모만 따지면 약 2500농가에 총 환수금액은 9,970만원으로 농가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1농가당 4만원 안팎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금액의 다소를 떠나 사상 첫 우선지급금 환수결정으로 인한 농가의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선지급금 제도가 시행된 것은 지난 2005년. 그간 쌀값하락세는 지속돼 왔으나 시중시세가 우선지급금보다 낮아 환수했던 사례는 적어도 없었다. 지난해 말경부터 공공비축미곡 우선지급금 환수사태가 어느 정도 예견되며 우려를 낳았으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일선 농민들을 비롯해 영농 당국에서도 이같은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정부의 쌀 정책 실패와 안일한 시장 변화의 대처가 낳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인당 쌀 소비율을 줄어가는데 도하개발아젠다협상(DDA) 완결까지 쌀 수입을 동결할 수 있다는 각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쌀 전면 관세화를 통해 의무수입물량은 계속 쏟아져 들어왔고, 그것도 모자라 밥쌀용 쌀 수입까지 이어지며 정부의 쌀 재고량은 늘었다. 거기에 지속적인 농업기술의 진화에 따른 쌀 증수와 수 해동안 이어진 풍작으로 인해 공급량마저 계속 늘다보니 이제 인위적인 가격 조정책마저도 찾기 힘든 상황까지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 등은 원론적 수준에서 그쳐왔다. 급식 확대, 복지분야 쌀 수요 증대 등 공공미 소비 진작도 시장에서의 쌀값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 재고량 조절에 영향을 미쳐 왔던 인도적 차원의 남북식량교류도 북핵사태 등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 사회의 대북 경제제제 등에 걸려 이뤄지지도 못했다. 해외원조도 거론됐지만 진척은 없다.
이번 정부수매 우선지급금 환수 결정이 내려진 뒤에 나온 정부의 대책도 타 작물 전환을 통한 재배면적 감축에 방점은 두고 있으나 농가의 작물 전환을 유도할 만한 이른바 쉬프트 전략마저도 지방정부의 몫으로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간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을 꾸준히 요구해 온 농민들의 요구는 귓등으로 들어 넘기고 이제는 “줬던 것 마저 뺏으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쌀 산업 수호는 식량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그 안보의 전선(戰線)은 끊임없이 붕괴되는 후퇴일로를 걸었다.
이같은 불만은 당장 우선지급금 환수 거부 투쟁이라고 하는 형태로 언급되고 있다.
군내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형태의 투쟁 조짐은 보이지 않으나 당장 환급고지서가 발급되는 1월말, 2월초가 되면 반발은 눈에 띄게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쌀값 하락에 더해 이미 받은 우선지급금마저 토해내야 하는, 일각에서는 쌀농가에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의 규모가 커진 탓에 쌀 재배농민을 ‘세금도둑’으로 보는 싸늘한 시선이 있다. 농민들이 더 힘든 이유다. 흔히 요즘 정국상황과 맞물려 회자되는 말로 “내가 이럴려고 농민이 됐나 괴롭고 자괴감이 들 정도”다. 새해인데도 밝은 소식은 좀체 들리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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