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선과 군자의 사랑 전설, ‘운암’ 지명으로 남아
‘인연’을 ‘연인’으로 만드는 ‘구름바위’는 명물


여성 신선 ‘옥녀’와 사랑에 빠진 성인군자가 수련했다는 군자골. 현재 운암저수지 뒤편에 자리해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특성답게 그동안 ‘마을전설을 찾아서’는 농·어촌 마을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했다면 이번호는 굽이굽이 골짜기와 사계절 오색빛깔 산맥이 절경을 이뤄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산촌마을 ‘남면 운암마을’에 얽힌 전설을 소개한다.
이번 전설은 ‘운암(구름 운’雲‘, 바위 암’巖‘자)’이란 마을지명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듯 남·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운암마을은 마을 앞쪽과 동쪽에 산맥들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이면 서남쪽의 해풍이 불어와 시원한 바람과 공기가 좋은 곳으로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먼 옛날 하늘나라 천국에서 7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 누비고 다녔고, 어느날 우연히 깊은 산속 맑은 물소리와 오색찬란한 무지개 빛에 눈이 가려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이 곳이 운암마을이었다.
7명의 신선 중에 ‘옥녀’라는 여성 신선은 운암마을의 정취에 반해 머물다가 하늘로 올라갈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됐다.
그렇게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던 ‘옥녀’는 한날 천국에서 큰 뜻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와 운암마을 산수(지금은 군자골)에서 수련하고 있는 한명의 ‘성인군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둘은 마을 앞쪽 산 지맥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 위를 구름을 타고 지나며 사랑을 속삭였고, 이후 ‘옥녀’와 ‘성인군자’의 사랑이 녹아 있는 이 바위는 ‘구름방(구름바위)’이라 불리며 명물이 되고 있다.
가을철 오색의 빛깔로 물들어 마치 당시 사랑에 빠진 성인군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한 관미봉(앞쪽 낮은 산)의 모습과 옥녀와 군자가 사랑을 속삭인 구름바위 위치

특히 마을 속설에 따르면 요즘 말로 ‘썸(남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묘한 관계)’을 타고 있는 남·여가 이 구름바위를 지나면 연인이 되고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고 전해지고 있다.
공명부 마을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이 바위를 찾아 함께 걸은 연인은 결혼까지 성공해서 아이도 많이 놓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다”며 “지금은 구름바위까지 가는 길이 등산로로 정비되어 있어 많은 등산객과 주민들이 사랑이 깃든 바위 위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구름바위는 남면 해안을 따라 조성된 남해바래길 제1코스 ‘다랭이 지갯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촌해수욕장 위쪽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통해 찾아갈 수 있다.
구름바위는 남해바래길 제1코스 ‘다랭이 지갯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촌해수욕장 위쪽 등산로를 통해 찾아갈 수 있다.

또 ‘옥녀’와 사랑을 나눈 성인군자가 수련하며 머물렀던 마을 속 깊은 산골 ‘군자골’은 현재 운암저수지 뒤쪽에 자리해 사시사철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며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마을 동남쪽으로 이어진 삿갓 모양의 봉우리 ‘관미봉(해발 500m)’은 가을이면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절경을 연출하며 당시 사랑을 싹 틔운 군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운암마을에 깃든 전설은 마치 날개가 없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와 마을 나무꾼의 사랑을 담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와 닮아 남해판 ‘선녀와 나무꾼’이야기가 있는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운암마을에는 열녀 경주 최씨 지륜당의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와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 효와 열부의 마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또 남해를 대표하는 ‘다랭이 논’이 마을의 오솔길을 따라 펼쳐져 있는 등 가을철이면 관미봉에 펼쳐진 오색단풍물결과 황금빛 논이 펼쳐져 산촌 운암마을의 최고의 경관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마을 이야기를 전해준 공태인 이장과 공명부 마을운영위원장

▲도움 주신 분들- 공태인 이장, 공명부 운영위원장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