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은 배이고, 국민은 물이다’, ‘배는 물에 의해 띄울 수 있지만, 물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다’는 뜻으로, 즉 배는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할 수 있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군주민수’는 중국 ‘순자(荀子) 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사자성어이다.
교수신문은 최근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가 꼽았다. ‘군주민수’의 뒤를 이어서는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라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 3위는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가 올랐다. 이밖에도 ‘공적인 것을 핑계하여 사적인 이득을 꾀한다’는 ‘빙공영사(憑公營私)’, ‘사람이 많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다(많은 사람의 힘이 크다)’는 ‘인중승천(人衆勝天)’이 추천되었는데, 대학교수들은 매년 말 한해를 마무리하며, 세태를 반영한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성어들의 내용들을 유추해 보면 ‘역사를 변화시키고 전진시키는 첫발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촛불을 나누어 밝히려는 권리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군수민주’를 추천한 중앙대 역사학 육영수 교수가 그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공화국의 세상에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君主)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과 헌정농단은 입헌민주주의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진리를 거스른 일이라고 ‘역천자망’을 추천한 고려대 이승환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노적성해’를 추천한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과거의 낡은 시대를 폐기하고, 성숙한 2017년으로 나아가는 한국역사의 큰 길을 촛불 바다가 장엄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어쩌면 국정농단 비선실세에 대한 엄중한 경고일 수도 있으며,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백성들의 뜻을 거스른다면, 묵과할 수 없다는 진리를 설파(說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도자가 순리를 거슬러 행동했지만, 지도자 주변 인물들은 사슴을 가리켜 말(지록위마, 指鹿爲馬)이라고 하는 등, 옳고 그름을 바뀌었고 이로 인해 예법와 도리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으며, 결국 성난 민심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사태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민심은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보기에는 권력이 국민을 누르는 것 같지만,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은 작은 배지만, 민심은 큰 바다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면, 작은 배라도 순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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