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심부름’ 했다던 L씨, “피고인 D씨 증언, 명백한 위증”
비서실장 K씨, 3천만원 인출내역에 대한 사실관계조회 신청
현금 인출내역 사실관계조회 결과, 유무죄 입증 ‘핵심열쇠’ 될 듯

남해군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의 아홉 번째 공판이 지난 1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진상훈)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비서실장 K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으며 지난 8차 공판에서 승진청탁성 뇌물을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한 피고인 D씨(떡집 운영)의 증언으로 ‘수세’에 몰리게 된 비서실장 K씨의 치열한 반론이 예견됐던 만큼 이날 심리내용에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비서실장 K씨는 이날 약 50여분 가량 진행된 검찰의 주신문과 이어진 타 피고인측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범죄혐의 일체는 부인했고, 일부 증언과 정황에 대해서는 검찰측 제출증거나 수사기록을 인용해 자신의 혐의를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 중요한 대목으로는 크게 세 부분에서 비서실장 K씨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 나왔던 정황과 시점에 대한 K씨의 반박에 집중됐다.
이들 정황을 요약해 보면 2015년 3월 6일 공무원 S씨와 비서실장 K씨가 피고인 D씨가 운영하는 떡집에서 만난 것과 당시 정황, “연말에 고현면장 자리가 빈다. 기다려라”라고 비서실장이 얘기했다는 7차공판 당시 피고 B씨와 청원경찰 C씨의 증언, 검찰이 K씨를 최종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하는데 결정적 증거로 적시한 현금인출지점과 비서실장 K씨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이 일치한다는 것,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공무원 S씨와 비서실장 K씨, 떡집 미팅 정황은?
우선 첫째로 이날 공판에서 신문이 집중된 정황은 피고인 D씨가 운영하는 떡집에서 공무원 S씨와 비서실장 K씨가 만나게 된 정황이다. 비서실장 K씨는 이날 공무원 S씨와의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단 이날 만남에서 승진청탁과 뇌물 요구 등 범행공모가 이뤄졌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K씨는 이날 상황에 대해 검찰이 수사기록에 첨부한 통화기록을 분석해 재구성해 본 결과 “이날 저녁식사를 하던 중 피고인 D씨가 청원경찰 C씨의 전화로 ‘남은 떡이 있으니 집에 가져가라. 퇴근할 때 떡집에 들려라’라는 연락을 취했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떡집에 가니 공무원 S씨가 있었고 의례적인 인사만 나눈 뒤 특별한 대화없이 5분 정도 머물다 귀가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비서실장 K씨의 증언으로 공무원 S씨와의 만남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으나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승진청탁 범행 공모가 이 자리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비서실장 K씨가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해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인사 발표 직전 업무조정실에서는 무슨 일이?
두 번째 접점은 2015년 남해군 하반기 인사 단행 며칠 전인 2015년 7월 28일, 비서실장 집무실인 업무조정실에서 있었던 정황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앞서 7차 공판에서 공무원 S씨의 처제 피고 B씨와 청원경찰 C씨가 업무조정실을 순차적으로 찾아 “연말에 고현면장 자리가 빈다. 기다려라”라는 이야기를 비서실장이 했다는 증언을 중심으로 다뤄졌다. 이들의 증언은 이번 사건의 공판 전 과정에서 최초로 ‘비서실장의 사건 연루가능성’이 제기됐고 검찰측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첫 증언이라는 점에서 지역내 파장을 불러왔다.
비서실장 K씨는 우선 “피고 B씨와 C씨의 법정 증언이 ‘허위’”라고 주장한 뒤 “검찰 수사기록에 첨부된 통화기록과 피고 B씨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업무조정실 앞에서 서로 마주쳤다는 양자의 주장은 통화기록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들 증언에 입증능력이 없다고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K씨는 증언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양자가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 성립되려면 청원경찰 C씨의 통화 당시 수신 기지국이 군청 인근 기지국이어야 하나 통화기록을 조회한 결과 제3의 장소, 물리적으로 두 사람이 업무조정실 앞에서 마주칠 수 없는 장소에서 휴대전화 통화기록이 잡힌 내역을 확인했다”며 이들 증언이 허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관계조회신청’, 유무죄 가를 핵심 ‘열쇠’
마지막 진실공방의 접점은 피고인 D씨가 청탁성 뇌물을 부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뒤 현금카드만 비서실장에게 전달했고, 비서실장은 이 카드를 이용, 십 수회에 걸쳐 소위 ‘청탁성뇌물’을 인출했다는 진술과 검찰측 주장을 반박하는 것에 맞춰졌다.
검찰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 D씨의 진술과 현금인출지점이 비서실장 K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송수신 내역이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비서실장 K씨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인데 이날 비서실장 K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사실관계조회신청’을 요청,  검찰의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K씨측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측 증거목록에 포함된 해당 통장 기장내역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를 활용, 현금을 인출할 경우 ‘CD현금’으로만 기장되는데 ‘사실관계조회신청’을 통해 확인하면 현금을 통장으로 인출했는지, 카드로 인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최종 전달자인 피고인 D씨가 2014년 10월 통장과 카드를 개설한 뒤 통장은 자신이 보관하고 카드만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고, 만약 이 조회결과 통장을 이용한 인출내역이 확인된다면 소위 ‘검은돈’을 인출한 인물이 비서실장 K씨로 국한할 수 없다는 취지를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공판 이후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뇌물사건에 연루된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 때문에 가능해진다.
물론 여타 피고인의 진술이나 증언, 공판과정에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서증(書證)으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가 판단하겠지만 최소한 현재까지의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비서실장 K씨의 혐의를 단정짓기에는 앞서 세 단락에서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일부 정황에서는 객관적 서증으로 혐의가 반박 또는 부인되는 점, 사실관계조회신청에 따른 금원(金原)에의 접근가능성에서 복수의 피고인이 접근했을 가능성이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된다면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공판에서 청탁성 뇌물을 다시 공무원 S씨측에 반환하는 과정 중 소위 ‘심부름’을 했다는 D씨의 진술에 따라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민간인 L씨는 “D씨의 증언은 위증”이라는 취지로 증언했으며, 이날 법정에서 L씨는 “수사과정 중 피고인 D씨가 검찰 진술에서 자신을 언급했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뒤 D씨를 찾아가 ‘왜 나를 개입시키느냐’라고 항의하자 D씨가 자신에게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말미, 비서실장 K씨의 변호인이 요청한 ‘사실관계조회신청’을 접수한 뒤 차기 기일에 각 피고인의 최후변론에 이어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차기 기일은 내년 1월 12일, 선고는 1월 26일에 내려질 전망이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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