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같이 가세에~ 나 얼른 밥 먹고 갈테니 기다려 어어.”
소리 지르더니 부엌에 뛰어들어 허겁지겁 주인어른 밥상을 들고 나온다.
“아앗! 이게 뭐야! 그 밥상 아니야! 박서방 껏 곧 차려주마!”
“엉 뭐! 한 솥에 밥인데 어느 것이면 어때 나 시간 없어요.”
그렇게 능청스럽게 주인 밥상을 들고 나와서 먹어 치웠다고 했다. 하루는 논갈이를 하는데 주인어른이 중참(새참)을 갖고 나와서 돔백이를 칭찬하였다.
“어어! 우리 소 오늘 논 많이 갈았다”
논갈이를 많이 했다고 칭찬하는 말이다. 돔백이는 오후에 소 쟁기 채워 세워 놓고(길들인 소는 쟁기 채어서 세워 놓으면 몇 시간이고 되새김질이나 하고 서 있다) 그는 나무그늘 밑에 늘어지게 낮잠 자고 있는데 주인어른이 중참을 갖고 나와 보니 그 꼴이라 어이가 없었다.
“여보게! 박서방 이게 무슨 일인가 논일도 안하고.”
“뭐요! 아 아니! 이놈의 세가(소가) 아침 절에는 논일을 잘했는데 와(왜) 정 때는(오후) 논일을 안 해!”
자기를 소로 말한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요즘은 지붕이 슬레트나 기와로 덮혀 있지만 옛날의 초가지붕은 매년 이엉(날개)을 엮어 지붕을 갈아 덮는 것이 겨울 준비의 주요 일거리였다. 초가삼간이면 날개 스무 장과 용무렴 여덟발, 새끼 2,300발이 소요되니 행랑몸채 4~5칸쯤 되고 나무베널, 기타 덮을 것 등다 엮다보면 서마지기 논배미 짚이 다 들어간다.
가을 추수 마치면 밤낮 가리지 않고 틈나는 대로 날개를 엮어야 했고 하루 종일 엮어도 7장~10장이 고작이다.
추위가 닥치기 전에 연료목 하산시켜 쌓고 지붕이엉 덮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돔백이는 겨을 채비는 않고 빈둥거리고만 있어 주인어른이 역정을 내니 하룻밤에 4칸용 이엉을 몽땅 엮어서(워낙 일솜씨가 좋아서) 안방 앞마루에 쌓아두고 말했다.
“아~아니! 이 집구석은 아침에 밥도 안 주나.”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던 주인 내외는 바깥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그 지경이었으니 주인은 할 말을 잊었다. 여럿이 어울려서 날개를 엮는데 얼른(빨리) 한 장 엮어서 길이가 부족한 것 같아 짚단 두세 개 안에 넣고 말다가 주인이 보고 핀잔을 주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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