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 중국 후한서(後漢書) 양진(楊震)의 사지(四知)라고 하는데 이 세상에는 비밀이 없고, 설령 비밀이 있다하더라도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성어가 아닐까. 특히 뇌물을 주고받는 부정행위는, 이를 행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가장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되새겨 봐야한다.
중국 후한(後漢)왕조는 창건한 지 100년이 지난 2세기 초부터 환관(宦官)과 외척(外戚)이 권력을 장악한 후 일삼은 전횡으로 정치가 문란해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고결하고 강직한 정치가로서 주목을 받은 사람이 곧 양진이란 사람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자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박학하고 청렴결백하여, 쉰 살에야 비로소 벼슬길에 올라 재상과 같은 지위인 삼공(三公)까지 올랐다. 후한 안제(安帝)때 그가 동래군(東來郡) 태수(太守)로 임명되어 부임하러 가는 도중에, 창읍이란 고을에 묵게 되는데 현령 왕밀(王密)이 찾아왔다. 현령 왕밀은 준비해온 황금 열근이라며 작은 상자를 양진에게 꺼내 놓았다.
깜짝 놀란 양진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양진은 그가 형주지사로 있을 때, 왕밀의 학식과 인격을 높이 평가하여 무재로 뽑아준 사람이었기에, 이에 대한 은혜를 기억하고 있던 왕밀은 보답의 인사를 하고 싶었던 중, 마침 이 고을에 묵게 된 양진에게 찾아간 것이었다.
왕밀은 “태수 어른께 드리는 제 성의입니다. 받아 주십시오”라고 하자 양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하게 일렀다. 양진이 “나는 당신을 추천했던 만큼 당신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뇌물을 가지고 온 것은 무슨 까닭이요?”라고 하자 왕밀은 “이제 어두워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디 안심하시고 받아주십시오”라며 거듭 상자를 들이밀었다. 양진은 매서운 목소리로 “그게 무슨 소리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있지 않소. 그런데 어찌 아무도 모른단 말이오”라고 꾸짖자 왕밀은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에 몸을 움츠리고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링컨은 “거짓은 잠깐 통할 수는 있으나 영원히 통할 수는 없다. 속이고 감추려해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며 진실의 힘을 강조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진실공방이 안쓰럽다. 조금 속된 표현이지만 ‘바퀴벌레와 구린내는 없앨 수 없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마련이다’. 잠시 감추고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으나 진실은 결코 감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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