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박영일 군수는 남해군의회 제215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했다. 앞서 남해군은 내년도 3,797억원 규모의 당초예산안을 편성, 의회에 제출했고, 이날 박 군수의 시정연설은 이를 토대로 내년도 남해군정의 기본방향과 군정 비전을 군민의 대의기관인 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지자체장의 시정연설이 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이유는 예산안 편성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일임된 일이나 예산안에 대한 심사와 의결을 군의회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절차임과 동시에 군민들의 삶과 직결된 군정 주요사업을 군의회라는 군민의 대의기구에서 설명함으로써 사실상 군민과 대화한다는 의미를 띤 중요한 지자체장의 임무이기도 하다.
먼저 박영일 군수는 지난 시정연설에서 올해 채무제로화를 통한 군 재정건전화와 전례 없는 성과라고 자평한 국도비 확보성과 등을 주요 실적으로 꼽고 내년도 군정기본방향으로 △참여와 소통으로 군민이 행복한 남해 △따뜻한 복지남해 △제2남해대교 시대 대비와 신해양 문화관광거점도시 준비 △고부가가치 농어업 실현 △지역경제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박영일 군수의 시정연설에 포함된 채무제로화 성과나 국도비 확보 등 행정적 측면의 성과에 대해 본지는 기사와 칼럼을 통해 성과 이면에 깔린 군 공직사회의 노력에 주목하기도 했고, 때론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박 군수와 공직사회의 더 큰 노력이 경주되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군수의 시정연설 중 군정성과에 대한 언급은 제쳐두고라도 이번 시정연설은 군정 기본방향, 비전을 군민들과 공유, 공감을 끌어내는데는 실패한 연설이다. 조금 더 강도를 높여 지적하자면 행정 중심적 성과 분석에만 기반한 일방통행식 군정성과 홍보에 치중된 연설이자 내년도 계획과 비전도 단순 사업이 무수히 나열되는 구성을 띠다 보니 내년도 군정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린 것인지도 파악하기 힘든 모호한 시정연설이었다.
지자체장의 시정연설은 일차적으로는 군의회를 향해 내년도 예산안에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군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해 내년에 추진될 각종 군정 시책사업의 역내 추진동력을 갖추는 교감(交感)의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지도자는 연설로 시작해 연설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설은 대중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본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 군수의 이번 시정연설을 살펴보면 서두의 올해 군정성과 언급 부문에서 거론된 사업만 49개, 내년도 군정기본방향에 거론된 세부사업명만 93개에 달한다. 각 분야별 세부사업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군정 전반에 걸친 지자체장의 관심과 추진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의도라면 무리 없는 연설이었을 것이나 지도자의 연설에는 군민이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공감할 만한 내용도, 군민이 좀 더 상세히 듣고 싶은 이야기도 포함돼야 한다.
리더의 연설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청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구성작업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 군수의 시정연설은 ‘레퍼토리도 다양하고 꽤 긴 러닝타임을 보여줬으나 군민이 선곡한 노래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고장난 라디오’에 비유할 만한 하다.
민선 6기도 이제 절반을 넘어 후반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군 공직사회 내부에 국한된 연설이 아닌 군민 다수와 공감할 수 있는 리더의 연설을 이제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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