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폐쇄하던지 주민 이주시켜 달라"

창선면 단항마을에 위치한 창남에프알피(FRP)조선소(대표 김주숙)의 불법행위로 인한 주민 피해와 환경파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20여년 동안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에프알피 가루와 비산먼지, 매연, 악취 등으로 시달려온 단항 1반 주민들은 남해군에 하루 빨리 조선소 가동을 중지시킬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남해군은 주민들의 진정에 따라 조선소 현장 조사에서 폐기물 불법매립과 불법건축물, 비산먼지 처리 시설 미비 등을 확인하고 사법절차와 행정조치를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조선소의 불법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 각종 질환 호소
조선소와 담도 없이 붙어사는 단항마을 1반 주민들은 에프알피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과 폐선 폐기물을 불법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로 인해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또 농작물과 수산물도 유해 물질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으며 공동우물 조차 먹을 수 없어 폐쇄했을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밤이 되면 폐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와 에프알피를 쌓아두고 태우는데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온 동네가 유해물질이 가득한 매연에 휩싸인다. 이런 곳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어찌 건강에 이상이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에프알피는 수명이 길고 가볍고 강하며 부패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선박, 욕조, 공업용 절연자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문제는 에프알피 속에 인체에 해로운 석면과 유리섬유 등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프알피를 태우거나 연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에 의한 주민들의 질환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김 대표는 조선소 불법행위와 관련해 그동안 구속도 당하고 수 차례 벌금을 물었다. 김 대표는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불법을 저질렀다"며 조선소의 불법을 인정하면서도 주민들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피해라는 것이 아직 정확하게 검증되지도 않았고 주민들에게 해줄 만큼 해줬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주민들, "영업정지 후 조사하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지난 22일 남해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김두관 군수를 찾아 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2월 10일 조선소에서 폐기물을 불법소각하는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와 폐기물 불법매립을 담을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김 군수는 "조선소의 불법이 도를 넘은 것 같다"며 "공장 폐쇄를 포함해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김 군수의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군이 주민들의 다급한 사정은 외면하고 법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조선소 운영이 불법 투성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면 당장 영업정지를 내리던지 조선소를 폐쇄하던지 해야하는데 군이 미적거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조선소에서는 불법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매립했던 폐선을 파내고 있다"며 "이런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영업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현행법으로 영업정지 못해"
여기에 대해 군은 난감해 하고 있다. 환경관련법과 건축법,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다 동원하더라도 당장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도시과 한 관계자는 "주민들 요구에 따라 관련법을 검토했지만 당장 조선소 전체 가동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고 시설개선과 불법매립, 불법건축물에 대해 원상복구 조치를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남해군은 지난 27일 건축법 위반과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김 대표를 고발했다. 또 사법권을 가진 환경도시과는 사업장폐기물 불법소각, 불법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사업장폐기물 불법투기, 사업장폐기물 불법매립, 비산먼지 처리시설 미비 등의 혐의를 잡고 김 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공유수면 불법매립에 대해서도 지적공사의 측량을 서둘러 확인되는 대로 북구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군, 이행각서 작성하고도 사장
창남에프알피조선소가 사용하는 부지는 재정경제부로부터 지난 2000년 7월에 매입한 6648㎡와 군유지  2필지 3266㎡다. 이 부지는 모두 조선소가 20여년 동안 불법매립한 땅으로 군유지를 제외한 매립지를 재경부의 국유재산관리계획에 따라 불하 받았다. 김 군수는 지난 22일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0년 이전에도 조선소가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매립지를 조선소에 매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재경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말 의지만 있었다면 당시에도 불법폐기물을 매립해 만들어진 매립지라고 대응해 매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군은 재경부 소유의 땅을 매각하면서 김 대표와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에프알피가루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는다. △폐기물과 에프알피를 불법으로 소각하지 않는다. △오염물질을 무단처리하지 않는다. △환경문제로 민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시설을 완벽히 갖춘다 등 7가지 사항에 대해 각서를 쓰고 각서내용을 어길 때는 김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 정도의 각서라면 지금 나타나는 문제점을 전부 해결하고도 남는 내용이다. 이를 군은 한번도 꺼내보지 않고 그대로 사장시켜 놓았다. 행정적인 책임을 물어야할 대목이다.

주민피해 소송 제기해야
환경운동연합 법률센터 여영학 변호사는 "환경관련 법을 검토한 결과 영업정지의 직접사유가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유해물질로 인한 주민들의 질환이 심하다면 진단서를 첨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소송을 하는 것이 영업정지를 이끌어 내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주민들과 남해환경련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조선소가 폐쇄되지 않으면 자신들을 이주시켜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있다. 남해군도 조선소도 이 말에 심각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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