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총각과 반씨 처녀 전설, 면지 등 기록으로만 남아

전설 속 나무와 지명 등은 구전으로 마을주민들 사이 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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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에서 고현면 화방사 입구를 지나 재를 하나 넘으면 한적한 망운산 산자락 사이에 자리잡은 현촌마을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에는 단명한 강씨 총각과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평생 수절한 반씨 처녀의 전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약 500년전 강씨 일문(一門) 7세대가 터를 잡으면서 마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그런 후 신(申) 씨와 반(潘) 씨가 들어왔고 해발 300m 고지대에서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마을의 지세 탓인지는 몰라도 강씨들 거의가 단명해 근심 걱정을 하고 있던 가운데 하루는 군내 대사찰인 화방사를 방문하던 도사 한 분이 지나가면서 “마을의 지세가 개울가에 살고 있는 참게의 복부에 해당하여 게재마을에 사람이 살게 되면 단명하게 된다”고 했다. 그 처방을 알아보니 그 첫째가 마을 지명을 개울가에 사는 참게를 상징하는 지명으로 바꾸고 둘째는 마을입구에 소나무를 심어 소나무의 정기가 제일 왕성한 음력 사월 보름에 매년 제(祭)를 지내고 산천에 빌면 그 액땜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그 당시 입촌해 온 신씨가 도사의 신통력을 믿어 마을 지명을 ‘해치마을’이라 이름 짓고 마을 입구 고갯마루에 소나무를 심어 치성을 드렸다.

그러나 심어놓은 소나무가 약 10년을 주기로 고사를 하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소나무가 고사하게 될 때마다 반드시 마을에 사는 총각이나 처녀가 죽고는 하여 주민들이 전부 마을을 떠나려고 하던 중 맨 마지막으로 입촌하게 된 반씨 일문이 소나무 고사는 마을의 위치가 높고 바람이 세어 고사한다는 것을 알고 소나무를 베어내고 바람과 고지대에 잘 견디는 느티나무와 포구나무를 심어 치성을 드리고 하여 느티나무와 포구나무를 심게 됐다.

그런데 소나무를 베던 마을 강씨 문중의 총각이 원인 모를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3년 후에 요절을 하게 돼 소나무를 베어 내게 한 반씨 일문을 마을에서 추방하려 했다. 마침 반씨들 중에서 풍수지리와 천기에 밝은 사람이 있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죽은 강씨 총각을 위해 반씨 가문의 처녀들 중에서 한명을 골라 느티나무와 포구나무 옆 소나무를 베어낸 곳에 당집을 짓고 그 곳에서 평생 수절하며 강씨 총각의 영혼을 위로해 주겠다고 해 두 가문이 화해를 하고 매년 시월보름날 ‘서낭제’를 지내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치성을 드린 지 꼭 1년 만에 총각을 묻어놓은 마을 앞산에서 죽은 총각이 현신하여 이제부터는 마을의 모든 액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 때가 바로 시월보름날 ‘서낭당제’를 지내던 날 밤이었다고 한다.

현재 마을 총각을 묻었던 마을 앞산을 ‘송장등’이라 하는데 숲이 우거진 산으로 변했고 당시 소나무를 베어내고 심은 느티나무와 포구나무 중에서 포구나무는 사라호 태풍으로 뿌리 채 뽑혀버려 그 흔적조차 없으며 반씨 처녀가 머물던 당집은 언제 없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당집 위치로 추정하는 곳에 현재 ‘반씨 제각’이 있다.

서양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은 이 전설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2일 현촌마을 신동국 이장을 만났다.

뜻밖에도 신동국 이장은 이같은 전설의 내용을 “처음 듣는다”고 말하고 “강씨 문중이 제일먼저 입촌했다는 문헌 기록과 달리 평산신씨가 1497년경 가장 먼저 들어왔고 1537년경 달성서씨가, 1598년경 진양강씨가, 이후 이씨, 반씨, 정씨 등이 약 200년 정도 입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마을에 500여년 된 느티나무가 있었던 것은 맞고 이미 고사해 새로 느티나무를 심었으며 포구나무 1주는 1962년 사라호 태풍으로 파손됐다”고 확인했다. 또한 “마을 앞산에 ‘송장등’이 있고 반씨 제각이 남아있는 것도 맞다”고 전하고 “아쉽게도 마을 전설에 대해 잘 알 만한 마을 어른들도 이제 모두 돌아가셔서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동국 이장 모습

참으로 아름다운 현촌마을 전설을 어떻게든 확인하고자 서면사무소를 찾았다. 그 결과 과거 현촌마을 이장을 지냈던 신갑철 전 이장과 연락이 닿았다. 신 전 이장은 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었고 5년 전인 2011년경까지 서낭당제를 지냈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신 전 이장조차 강씨 총각과 반씨 처녀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강씨 총각과 반씨 처녀에 얽힌 전설을 정확히 구술할만한 마을주민은 없어 보인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없어진 포구나무가 있었고 ‘송장등’과 ‘반씨 제각’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강씨 총각과 반씨 처녀의 이야기도 옛 어르신들의 기억속에서는 살아있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도움주신 분-신동국 이장, 신갑철 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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