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관오리 벌했던 의적 이야기, ‘국정농단’ 현 시국에 경종
설화의 고장, 이제는 남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장포마을의 숨은 보물, 모상개 해수욕장

우리 마을 전설이야기, 지난호 창선 신흥마을에 이어 이번에도 창선면내 마을이다. 서편의 신흥마을에서 반대로 넘어와 이번에는 창선 장포마을에 숨어있는 전설을 찾아내 봤다.
먼저 장포(長浦)마을은 한자 이름 그대로 마을 앞에 있는 개(포구)가 길게 뻗은 형국을 띠고 있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장포마을과 관련된 전설은 마을 주민들의 기억이나 구전이 아닌 지역의 향토사학계 등에서 기록한 문헌자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곳에 내려오는 전설은 장포 끝 장곶이 끝 바다 속에 묫자리가 있다는 수중 명당, 그 속에 자리잡은 수중 미륵을 둘러싼 보재기(잠수부)와 풍수의 이야기로 기록돼 전해 온다.
이 마을에 사시는 어르신들도 이같이 뚜렷한 기록으로 남은 전설을 기억하는 이는 없으나 장곶이 끝 수중명당이 있다는 이야기는 기억하는 어른들이 꽤 있었다.
장포 끝 동쪽 산은 동뫼 또는 동메로 불리는데 이 산세가 거북이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거북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은 또 마을 주민들이 장곶이라고도 일컫고 장곶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일설에 의하면 장군이 칼을 짚고 꼿꼿이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해 장군봉 또는 장군설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이 이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선풍수 사람 잡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이 마을에서 전해오는 수중 명당(수중 묫자리)와 관련된 전설은 이렇다.
그 옛날 한 풍수가가 이 곳을 지나다 장곶이 끝 바다 속에 미륵이 앉아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마을의 한 보재기(잠수부)를 시켜 이르기를 “장곶이 끝을 따라 헤엄쳐 가다 보면 물 속 바위에 돌로 만든 미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서로 다른 모양의 귀걸이 한 쌍을 줄 터이니 이것은 미륵의 왼쪽 귀에 달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에 걸어두고 나오라”고 했다.
풍수가의 부탁을 받은 보재기는 속으로 생각키를 ‘필시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니 풍수쟁이가 시킨 반대로 걸어보자’며 물 밑으로 자맥질 해 들어갔다. 내려가니 풍수가가 말한대로 돌로 만든 부처가 보였고 보재기는 풍수가가 시킨 것과 반대로 귀걸이를 걸어둔 뒤 다시 물 위로 나왔다.
풍수는 “내 시킨대로 했는가”라고 묻자 보재기는 속내를 숨긴채 “들어갔더니 미륵이 워낙 무섭게 눈을 치켜뜨고 있어 간담이 서늘해 도저히 앞에서는 걸 수가 없어 뒤로 돌아가 걸었는데 오금이 저려 방향이 반대라는 생각도 못하고 얼른 걸고 빠져나왔노라”고 말했다.
보재기의 말을 들은 풍수쟁이는 보재기에게 호통을 치며 “시킨대로 하지 않고 그냥 나오면 어쩌는가? 다시 들어가서 제대로 해 놓고 오라”고 채근했고, 보재기는 풍수가의 서슬에 밀려 다시 물 속으로 향했으나 미륵이 있던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풍수가는 크게 탄식하며 발길을 돌렸고, 이후 보재기는 가세(家勢)가 치솟아 근동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고, 풍수가는 그 이후로 집안이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전설을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실제 보재기가 풍수의 의중을 미리 알아채고 부러 귀걸이를 반대로 건 뒤 변명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고, 실제 미륵의 기세에 눌려 반대로 걸고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등 해석이 각양각색으로 나오는 것도 이 전설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다.
또 이 마을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곳 장포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삼동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이후 가세가 번창한 보재기의 가문에서 영숙이란 후손이 나왔는데 영숙은 조선말기 삼남지방은 물론 전국을 휩쓴 의적(義賊)으로 각지의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빼앗아 불쌍한 백성들에게 양곡과 금은보화를 나눠 줬다는 이야기도 함께 이어져 오고 있다.
신출귀몰한 의적 영숙은 조정에서 체포령이 내려졌음에도 탐관오리들의 검은 돈을 훔쳐 불쌍한 백성들에게 나눠줬고, 응당 영숙은 백성들의 우상이자 영웅이 되었다.
그러던 영숙도 운이 다했던지 진주 감영의 한 탐관오리 집을 털려다 붙잡혀 진주 감영에 투옥됐고 형장에서 목숨이 다했다.
영숙의 체포와 사형 집행소식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이 설화는 현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옛 이야기지만 어려운 백성을 위하고 정의를 세우려 했던 의로운 이의 표상으로 읽히며 암울한 현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전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전설을 간직한 장포마을의 오늘은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보면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곳은 한류스타의 원조격인 배우 배용준의 신혼여행지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이곳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과 연접한 바닷가에는 이 마을은 물론 인근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들만 찾는다는 호젓한 분위기의 모상개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피서를 원하는 이들의 발길을 매년 잡아끌고 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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