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멍도 통하지 않는다’, ‘사리에 어둡거나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중국 여씨춘추(呂氏春秋) 과리편(過理篇에 나오는 고사(古事)다.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은 하(夏)나라 걸왕(桀王)과 더불어 폭군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죽지육림(酒池肉林:술로 연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호사스러운 술잔치)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백성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욱이 주왕은 총애하는 달기의 말만 믿고 적지 않은 충신과 무고한 백성들을 살해한 폭군이었다.
그래서 각 지방의 제후(諸候)들은 그를 권좌에서 끌어 내릴 방도를 품고 행동개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왕의 숙부인 비간(比刊)은 어리석고 우매한 조카인 왕을 위해 충심으로 주색(酒色)을 멀리하고 백성들을 돌보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주왕은 그의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현인(賢人)의 심장에는 7개의 구멍(7竅)이 있다는데,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자며 숙부인 비간을 죽이고 심장을 꺼내는 믿지 못할 일이 벌였다. ‘여씨춘주’편에 공자는 ‘주왕의 마음이 한 구멍이라도 통했더라면 비간이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심장에 생간을 가능하게 하는 구멍(竅)이 있다고 여겨, 지혜나 심안(心眼)을 뜻하는 심규(心竅)라는 말이 생겼다. 따라서 구멍이 통한다는 뜻은 곧 사리를 분별하는 지혜로움을 뜻하며, 공자는 “주왕이 조금이라도 분별력이 있었다면 비간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일규불통’은 우매하여 사리에 어두운 사람, 꽉 막힌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정치란 백성을 올바르게 잘살 수 있게 다스리는 것으로, 풍부한 경험과 숙련이 요구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선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주왕과 같은 비인간적, 비도덕적인 폭정과 불통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국가지도자는 과거의 역사를 거울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 현장 중심의 리더로서 자기 주관보다는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향적인 소통을 구하는 통치철학이 있어야 한다. 망망대해를 운항하는 선장이 높은 파고를 헤치며, 안전하게 선원들을 잘 모시고 순항을 하는 것처럼, 국가지도자는 높은 식견과 능력, 도덕적인 결함이 없어야 하며, 양심에 따라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 누가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표류하게 하는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기력한 정부, 공허한 정책, 정치의 실종…. 이 와중에 국민의 혈세는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의 주머니로 흘러들었으니 가관(可觀)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한다. 영하의 추위가 다가온다. 이왕이면 마음이라도 따뜻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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