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귀촌·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남해 섬이다. 그리고 나의 지인들과 외국여행을 많이 하는 분들은 한결같이 남해가 아름답다고 한다. 나 역시 많은 곳을 여행하다보니, 비로소 내 고향 남해섬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는 곳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탈리아 최고의 해안이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에 선정된 친퀘테레의 베르나차에 서 있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하는 ‘라 스페치아(La Spezia)’ 지방의 5개 해안마을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친퀘테레의 5개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으며, 이곳은 자연이 인간에게 짓궂게 양보한 자그마한 공간에 베르나차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그래서 이곳이 더 아름답다. 
그런데 나는 친퀘테레가 낯설지 않다. 왜냐면 나의 머릿속은 ‘가천다랭이마을’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으며,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는 오지 중의 오지다. 가천다랭이마을도 남해섬 안에 오지 중의 오지다. 다랭이 마을 사람들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고기를 잡고,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 뼘의 땅이라도 일궈내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의 거친 삶을 위로하듯 해안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운 ‘가천다랭이마을’과 ‘친퀘테레’는 참 많이 닮아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절벽 아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온 몸을 던져 사랑을 갈구하는 파도가 애처로워 보였다. 해안 절벽의 해무는 어여쁜 여인의 이마를 가리는 것처럼 몽환적이었고, 아슬아슬한 절벽 사이로 낭창낭창하게 걸린 길은 나를 미치도록 유혹하고 있었다. 친퀘테레의 절경은 치명적인 유혹으로 아드리해 바다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우리는 메아리 없는 사랑앓이에 모든 것을 체념하듯 지중해를 그리고 태평양을 향해 하늘과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나와 파도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친퀘테레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으며, 라 스페지아 역에서 몬테로소 알 마레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야 갈 수 있다. 라 스페지아 역은 시골의 소박한 간이역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간이역사에 걸려있는 커다란 벽화는 친퀘테레 사람들의 고달팠던 삶을 묘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간 곳은 친퀘테레의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베르나차의 절벽 위에 예쁘게 색칠한 집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집집마다 다양한 색으로 예쁘게 색칠한 것은 남편인 어부가 연안에서 고기를 잡는 동안 그들이 자신의 집을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마을 뒤 산비탈 조그마한 땅에는 올리브 나무를 심었는데 마치 다랭이 논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다음호에 계속>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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