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모 골목

현재 슬로시티 가입조건은 인구가 5만 명 이하이고,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 실시하여야하며,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 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 사항으로는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등이 실천되어야 한다.  
슬로우 시티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계획과정에서 발전적이고 점진적인 계획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처음 세운 계획으로 바라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고정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차례의 수정과 시행착오를 통하여 점차 바람직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둘째 조건은 지역 간의 상호의존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도시를 주변 환경을 개방된 생태계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 계획과정은 시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동시에, 도시 내의 유기적인 생태계 순환과 안전성의 유지를 중시하고 인근의 다른 도시와 상호 작용하는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셋째는, 환경오염관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영향을 주는 다른 분야들의 계획들도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여러 정치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요인들의 변화와 충분하게 연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도시 관리 전반의 계획을 포함하여 토지이용, 교통, 에너지 등의 계획분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는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을 충분히 배려하여야 한다. 해당지역의 자연적·사회적 조건들이 환경적 측면과 함께 고려된 후 부분별 시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바람직한 생태도시를 위한 4가지의 조건을 적정하게 잘 맞추어 통찰력있는 정책을 만들어갈 때 진정한 슬로우 시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전 세계의 생태도시 또는 환경도시를 견학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바람직한 생태도시를 위한 4가지 전제조건은 슬로우 시티에만 해당되는 요건이 아니라 남해문화콘텐츠 사업에도 다양하게 적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르비에또의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지만 얼마나 소중히 가꾸었는지 그 정성과 아름다움은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소박한 골목과 건물과는 달리 상점 안의 모습을 마치 고급스런 갤러리에 들어간 느낌을 주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골목을 즐기며 골목의 끝에서 만난 13~14세기 교황의 은거지이기도 했던 오르비에또 듀오모 성당은 또 다른 반전과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고딕양식의 듀오모 성당은 화려함과 절제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1290년 초석을 세워 300년만에 완공된 건축물로 흰색과 다크그린색의 대리석이 띠모양으로 겹겹이 두른 양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는 하루를 머물며 오롯이 오르비에또를 느끼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세상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0곳 중에 하나이며 가천다랭이 마을과 많이 닮아있는 친궤테레로 향했다.<끝>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