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뒤 울금밭에서 함께 한 시골할매 농업회사법인 김운성 대표(가운데)와 박찬대 기술이사(오른쪽), 그리고 이 회사 영업이사인 혜경 곽기영 시인.

▲군내 마트와 음식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시판될 ‘시골할매’의 세 가지 막걸리
설흘산 산자락이 기세좋게 뻗어오다 푸른 남해바다를 만나 제 기세를 누르지 못해 층층이 계단논을 만들어놓은 듯한 남면 가천다랭이마을. 그 곳에서 오랜 세월 지게진 농부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이후로는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더해주던 맛, ‘시골할매 막걸리’. 다랭이마을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어진 그 막걸리맛을 기억하시는 군민과 향우, 관광객들 참 많을 듯 하다.
꽃다운 열여섯 살에 가천다랭이마을로 시집와 평생 오직 손맛으로 막걸리를 빚다 지난 2013년 무덥던 여름, 향년 8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故 조막심 여사. ‘시골할매’ 조막심 여사의 타계로 더 이상은 맛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맛을 조막심 여사의 아들 김운성 씨가 잇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것도 어머니의 숨결이 깃든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면 홍현 무지개마을에서다.
‘시골할매’ 故 조막심 여사의 아들 김운성 씨는 최근 앵강만이 멀리 내려다 뵈는 홍현 무지개마을에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시골할매’를 사명(社名)으로 한 농업회사법인을 차렸다.
‘시골할매’ 농업회사법인의 대표상품은 당연 ‘막걸리’다. 평생 술을 빚어 마을 농부들의 타는 목을 축여주고 땀을 식혀줬던 그 막걸리를 이제 아들이 뒤이어 ‘보물섬 남해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처음 어머니가 시집 오셨을 때는 팔려고 만들었던 술은 아니었죠. 농주(農酒)로 이웃들과 나누고…. 촌집 부엌에서 누룩을 손으로 짜내고 단지에 담아 술을 뜨던 어머니 모습이 선합니다. 어떤 때는 단속이 나온다고 해서 어머니랑 술항아리를 집 뒤로 숨기기도 했던 기억도 있구요.”
아마도 어머니와 술항아리를 숨겼다는 것은 60~70년대 먹을 양곡도 부족한데 술을 빚는다고 해 ‘밀주금지령’이 내려졌을 당시 술을 직접 빚어 마시던 시골에서는 흔히 있었던 일이었을 듯. 웃음과 더불어 이어지는 김 대표의 말 사이에는 ‘어머니’가 늘 배어있었다. 막걸리에서 풍기는 향처럼 말이다.
▲평생 손으로 직접 술을 빚었던 ‘시골할매’, 故 조막심 여사

김 대표는 ‘시골할매’ 농업회사법인에서 총 세 종류의 막걸리를 내놓는다. 어머니의 손맛을 살린 ‘유자막걸리’와 김 대표와 함께 약 7년전 인연이 닿아 함께 해 온 광주 우리술 전 대표 박찬대 기술이사의 시그니처 상품인 ‘울금막걸리’, 그리고 남해쌀만 써서 만든 ‘쌀막걸리’가 그것이다.
김 대표의 ‘보물섬 남해를 대표하는 전통주’라는 포부를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 줄 박찬대 기술이사는 자신을 소개하는 말부터 이채롭다. ‘장인’이니 ‘명인’이니, ‘명장’이니 하는 말로 소개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전통주, 특히 막걸리 제조에서만 20년 넘게 해왔고, 국내 유수의 막걸리 박람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박 기술이사의 술을 맛보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의 인사(人士)지만 자신을 ‘술쟁이 박찬대’라고 소개하는 것에서 감출 수 없는 내공과 술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국내에서는 최고로 쳐 주는 진도 울금을 재료로 만들었던 울금막걸리는 박 기술이사의 ‘시골할매’ 농업회사법인 합류로 이제는 남해산 울금을 직접 재배하고 인근 농민들과 작목반을 만들어 남해를 알리는 선봉에 시골할매 손맛이 담긴 유자막걸리와 함께 선다.
쌀막걸리도 보물섬 남해에서 나온 쌀만 쓰겠다는 것이 김 대표와 박찬대 기술이사가 첫 발을 내딛으면서 밝힌 원칙 중 하나다. 이들은 벌써 공장 바로 뒤편 500평 남짓한 땅에 울금을 심어뒀다. 어른 가슴팍까지 닿을 정도로 자랐고, 곧 어른 주먹만한 울금꽃이 핀단다.
‘시골할매’ 농업회사법인에서 선보이는 막걸리는 어떨까. ‘술쟁이’ 박찬대 기술이사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시골할매’의 대표상품은 단연 故 조막심 여사의 혼이 담긴 ‘유자막걸리’다. 어머니가 막걸리를 빚을 때 유자잎과 열매를 넣어 술의 풍미를 높였던 방식 그대로 만들어진다. 실생목이 많은 남해 유자의 특성을 그대로 술맛에 녹여내 향이 진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매력이다.

색부터 술맛을 불러일으키는 울금막걸리는 울금에 함유된 커큐민 성분이 지닌 알콜 분해촉진 작용과 활성산소억제효과가 있어 숙취가 적다. 울금막걸리는 특허도 2건이나 가지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쌀막걸리는 순수 남해쌀로 추가 도정을 거쳐 만들기에 쌀의 수율을 줄지만 대신 깔끔한 맛을 더한다. 막걸리의 청량감이 그래서 더욱 높다는 설명이다.
쌀막걸리병을 둘러싼 라벨에는 ‘시골할매’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그 속에 배어든 ‘시골할매’의 정신이 그대로 담긴 싯구가 자리잡았다. ‘제복입은 경찰 시인’으로 유명한 혜경 곽기영 시인이 자신이 쓴 ‘탁배기 한 사발’이라는 작품의 한 단락을 조금 비틀어냈다. 곽기영 시인은 김 대표와 인척간으로 이 회사의 영업이사 직함을 하나 더했다.
“여보게나 우리네 인생사 뭐 있던가. 지나온 세월 가슴 속 시름 덜어내고 쌀막걸리 한 잔 나누며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아가세나”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에서 달을 희롱하며 미인과 술 한잔 나누고 풍류를 즐기던 선비가 무지개마을 ‘시골할매’로 자리를 옮긴 듯 하다.
어머니의 손맛을 넘어 어머니가 평생 술에 담았던 혼(魂)까지 담고 싶다는 김운성 대표와 20년 전통주 제조 노하우를 지닌 천상 ‘술쟁이’ 박찬대 기술이사, 남다른 애향심으로 고향 남해를 노래하는 곽기영 시인. 이 세 사람이 어우러져 빚어낼 삼색 막걸리가 남해를 알리고, 그  막걸리처럼 투박하지만 은은한 맛과 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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