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시티 선언문에는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도시! 훌륭한 극장·가게·카페·여관·사적 그리고 풍광이 훼손되지 않은 도시! 전통 장인의 기술이 살아 있고 현지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도시!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즐거운 삶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추구한다” 라고 되어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슬로우 시티다운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작은 힘이지만 남해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화력발전소를 반대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해문화원 사무국장이라는 작은 직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남해의 숨은 진주를 찾아내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의 냄새와 사람 냄새가 함께 어울려 살고 싶고, 남해 아이들이 아름다운 남해를 그 다음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길 원해서이다.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의 발상지인 오르비에또는 그런 곳이다. 오르비에또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이탈리아의 다른 세 도시와 함께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했다고한다. 나는 책에서만 보던 이 곳에 지금 서 있다.
해발 195m의 구릉지 위에 새 둥지처럼 자리 잡고 있는 오르비에또는 구름이 쉬어가려고 낮게 드리워지면 마치 동화 속의 성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도시다. 소문대로 오랜 세월과 함께 만들어진 특유의 느낌은 아름답게 와 닿았다.

오르비에또 듀오모 성당

오르비에또 외곽에는 '로르티 소샬리'라는 텃밭이 있는데, 이곳에서 재배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은 이곳 주민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다소 불편하지만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2만 명의 주민이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 너무 이쁘다.  
오르비에또는 밀려드는 대형 관광버스와 자동차가 도시 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차량을 제한하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오르비에또에는 슬로우푸드 운동의 발상지답게 패스트푸드점, 대형 마트가 한 곳도 없었다. 그리고 마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소음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고 하니 오르비에또는 현대인이 꿈꾸는 꿈의 도시임은 분명하다. 이 지역의 명성만큼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수출도 급증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한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도시가 슬로시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담양군 창평면과 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면, 하동군 악양면 등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남해군의 이웃인 하동군에 부러운 것이 하나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지자체단체장 중의 한 분인 조유행 전 하동 군수 재임 시 하동군 악양면을 슬로우시티 국제연맹에 가입시켰다는 것이다. 조유행 전 군수는 단체장으로서 탁월한 선견지명이 있었으며, 퇴임 후에도 하동 지역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며 지역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나는 남해에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빨리 달려가면 갈수록 삶이 여유로워지기는커녕 더 빨리 달리고 채찍질 당한다고 한다. 나의 삶도 한번쯤은 돌아 볼 필요를 느끼는 시점인 것 같다.<다음호에 계속>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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