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지극한 며느리의 전설이 흐르는
양화금 해변의 ‘검은 모래와 자갈…그리고 해수물맞이’


▲삼동면 양화금 해안 절벽, 절벽 아래 전설 속 웅덩이가 자리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남해군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삼동면 양화금마을은 일출과 월출, 그리고 석양까지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그림 같은 마을로 알려져 있지만 반달 모양의 ‘검은 모래밭’과 ‘검은자갈밭’에 담긴 아름다운 전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남해에서 두 번째 큰 섬인 창선면이 병풍처럼 북서풍을 막고, 동편으로는 둥그런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한 수우도와 사량도가 큰 파도들을 막아주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가진 이 곳 해변에는 ‘검은 모래’와 ‘검은 자갈’ 찜질로 시부모의 병을 낫게 했다는 효심 지극한 며느리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다.
전설 속 이야기처럼 지금도 이웃주민과 해변으로 찜질하려 나간다는 이 마을 이민자(59) 이장과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양화금의 ‘검은 모래’와 ‘검은 자갈’ 그리고 ‘해수 물맞이’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그 옛날 이 마을에는 남편과 사별한 뒤 누워만 있는 아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부인이 있었는데, 이 부인은 어려운 살림에 산으로 들로 바다로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땟거리를 장만해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는 효심 지극한 며느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의원(醫員)에게 한 번 모시고 가지도 못하고 무릎이 아파 앉지도 못해 늘 누워만 있던 시어머니는 종기까지 겹쳐 설상가상 며느리의 병 수발을 더욱 지치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꿈에 사별한 남편이 나타나 말없이 바닷가로 가더니 검은 모래와 검은 자갈을 덮은 후 바닷가 절벽밑 웅덩이에서 몸을 씻더니 사라졌다 한다.
꿈에서 깬 부인은 이날부터 매일같이 시어머니를 등에 업고 따뜻한 날이면 마을 앞 바닷가로 내려가 검은 모래와 검은 자갈을 시어머니 몸에 덮어 찜질을 한 뒤 해안가 절벽 밑 민물과 바닷물이 모인 웅덩이에서 시어머니 몸을 씻겨주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몇 해가 흘렀을까. 여느날처럼 시어머니 아침상을 차리러 부엌에 들어간 며느리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앉지도 못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대신 아침상을 차려놓고 “아가, 아가, 정말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고, 고부간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 얼싸 앉고 서로 눈물만 흘렸단다.
▲양화금 해변에는 검은 모래와 함께 검은빛을 띤 몽돌자갈들도 찜질에 좋은 효험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달모양의 양화금 해안을 뒤덮고 있는 검은 모래
초등학교 시절 하얀 모시적삼을 입고 한손에는 양산, 한손에는 갈아입을 옷 보따리를 든 어르신들이 양화금 바닷가로 삼삼오오 내려가는 모습이 엊그제 일인양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이민자 이장은 “현재도 이웃 액젓공장 사모님을 비롯해 창선, 금송 할머니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내려가 찜질을 하고 있는데 정말로 관절염이나 신경통,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특히 맑은 날 피마자 잎을 절벽 밑 웅덩이에 적셔 눈을 감고 찜질을 하면 눈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고 전한다.       
또한 ‘검은 모래’, ‘검은 자갈’ 찜질과 ‘해수탕 물맞이’ 등에 대해 이 마을 어르신들은 “알 수는 없지만 몸에 달라붙지 않는 이 검은 모래와 자갈은 색깔 탓에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일반모래보다 뜨거운데다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 몸에 좋은 것 같다”는 나름의 소견들을 내놓았다. 
이민자 이장은 “향후 아름다운 전설과 마을자원을 제대로 알릴 가칭 양화금 바닷가 찜질체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체험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도 챙기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힐링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움주신 분 - 양화금마을 이민자 이장 외 마을주민
/홍재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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