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인 “외지인에 배타적 지역정서” 이해 불가
토착민 “선창 시설 한계에 따른 안전문제 예방” 이유

푸른 바다 위 한 척의 어선에서 끌어올린 그물에서 거둬들인 각종 어류와 해산물을 한가득 싣고 귀가하는 발걸음, 바다를 벗 삼아 소소하지만 마음은 풍족하고 여유로운 어부의 삶.
숨 쉴 틈 없이 퍽퍽한 도시의 삶을 버리고 동경과 낭만을 쫓아 농어촌으로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전국에서 최근 5년 사이 귀촌·어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남해군에도 지난 5년간 786세대, 총 1547명의 귀농·귀촌인이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군은 귀농·귀촌인의 수가 점차 증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귀촌·귀어 시책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인구 감소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방안으로 농어촌 지자체에서는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살아온 생활환경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전국적으로 농어촌지역에서 왕왕 빚어지고 있고 남해군 일부지역에서 빚어지고 있는 마찰도 그 중 하나다. 남해군은 민선 6기 접어들면서 ‘귀농어업·귀촌 수도 남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같은 갈등을 풀어내는 것도 당면한 과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먼저 도시에서 25년간 직장생활을 해 온 A씨는 평소 바다에 대한 동경과 관심으로 귀어(歸漁)를 결심하고 올해 남해군으로 전입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귀촌·귀어 박람회에서 남해군을 알게 됐으며, 군에서 홍보하는 시책대로라면 행복한 어촌 삶을 영위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남해를 선택하고 올해 초 전입해와 귀어를 위한 멘토를 소개 받아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문제는 배를 구매하고 난 뒤 빚어졌다. 배 정박 문제로 지역민과의 마찰이 생긴 것.
조업을 마치고 A씨는 현재 마을내 지방어항에 배를 정박하려 했으나 수 차례 지역민들의 항의에 부딪혔고, 심지어는 “마을사람이 아니면 배를 댈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A씨는 그 마을주민이 되기 위해 마을의 빈집을 구해봤지만 쉽지 않아 인근 마을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고, 지방어항이 지역 주민의 전유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행정에 호소하며 방법을 찾아봤지만 ‘지방어항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 답답한 상황을 해결할 방안은 그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A 씨는 “귀어 박람회장에서 들은 군의 홍보와는 달리 안내되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로 귀어인들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지속 될 경우 모든 일을 접고 내려 온 귀어인들의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토로하며, “귀어민이 어항 등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남해군 등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인 귀어민과 토착민 갈등사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 마을어촌계 관계자는 “지역 이기주의에 의한 것이 아닌 현재 선창 시설의 수용한계에 따라 입항 허가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만들어져 있는 지방어항은 이미 기존에 선창을 하던 배로 과포화 상태에 있다. 배의 입항이 유동적이라 한가해 보일 수는 있지만 특히 7월에서 12월에는 멸치잡이배로 알려진 대형 석조망 어선이 들어오기에 자리가 비좁을 뿐만 아니라 어선 조작이 서툰 귀어인이 좁은 공간에 들어올 경우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항을 ‘마을주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지방어항 시설 보완이 예산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지며 마을어촌계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선창계’를 만들어 기금을 조성하해 시급한 어항 개보수작업에 써 왔고 이에 따라 자체 규율이 제정돼 있어 이를 근거로 나온 말”이라며 “귀어민과 토착민 간의 갈등은 시간을 두고 대화를 가지고 풀어갈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귀촌, 귀어를 위한 시설 보완이 조속히 이뤄진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라며 마을어촌계의 ‘텃세’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남해군에서 추진 중인 귀어, 귀촌은 초기 단계로 단지 많은 귀촌, 귀어인의 유입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구증대차원에서 귀농·귀어는 장려할 필요가 있지만 토착민들의 불편이나 현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귀농귀어 등은 오히려 지역공동체의식의 훼손을 가속화하고 갈등만 양산할 뿐”이라며 “귀농귀촌, 귀어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이같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교육과 사후관리도 세심하게 이뤄져 전입자와 토착민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에도 정책적인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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