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와서 아침마다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런 가이드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3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는 매우 매력적인 나라임은 분명했다.
로마는 테베레 강 하류에 위치하는 이탈리아의 수도로 일찍부터 세계의 중심지였으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오랫동안 유럽 문명의 발상지로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로마의 위상과 위용이 사라진 것 같지만 유물들과 함께 로마의 잔영이 연간 천 만명이 넘는 관광을 모으는 문화 관광대국으로 남아있다.    
내 머릿 속에서는 ‘벤허(1959년)’와 ‘글래디에이터(Gladiator·2000년)’에서 본 콜로세움과 지금 바라보는 콜로세움이 함께 펼쳐졌다.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금방이라도 펼쳐질 것 같고 콜로세움 안에서 해전이 벌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콜로세움은 배들이 떠다니는 인공호수였다고 한다. 해전을 좋아한 네로 황제가 인공호수를 파고 앞에는 자신의 커다란 동상을 세우고 ‘콜로쏘(Coloso)’라고 부르게 했으며, 그 후에 큰 화재로 화난 민심을 잡기 위해 티무스 황제는 원형 극장을 세웠는데 콜로쏘라는 이름에서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콜로세움은 5만명의 관중을 수용 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이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남해군민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을 크기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은 15분이 넘지 않는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만에 바티칸시국과 로마. 그리고 티보리까지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60유로를 주고 미니 밴 투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콜로세움에서 성스러운 길이라는 의미의 ‘Via Sacra’ 거리를 따라 언덕을 올라 팔라티노 언덕과 연결되어 있는 포로 로마노에 도착했다. 그냥 보면 훼손되고 무너진 건물들만 보여 흥미롭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포로로마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민주 정치와 상업, 법률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포로로마노는 여러 황제를 거쳐 오면서 발전했지만, 5세기경 로마가 분열되면서 이곳 대부분의 건물들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나는 다시 밴을 타고 베네치아 광장으로 향했다. 베네치아 광장은 로마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라고 한다. 광장 정면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있다. 1885년에 디자인해서 25년에 걸쳐 건축하여 1911년에 완성된 이 기념관은 이탈리아 통일(1870년)의 위업을 달성한 초대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현재의 이탈리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멋없이 지어진 건물이라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악평을 받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다음호에 계속>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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