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바리스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올 추석에는 바리스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 김동설 기자
  • 승인 2016.09.0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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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어르신들의 신 추석풍속도

어르신문화일자리 문화갤러리카페 ‘네발자전거’

 


매해 한가위 즈음이면 가을걷이에 나선 어르신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들녘마다 펼쳐진다. 그런데 올 추석에는 황금들녘이 아닌 예쁜 카페에서도 남해 어르신들의 활기찬 움직임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이동면 정거리에 지난달 문을 연 실버바리스타들의 갤러리카페 ‘네발자전거’가 바리스타 어르신들의 일터다. 이곳 어르신들은 “올 추석에는 자식들 오지 말라 했다. 우리도 안 갈끼다. 여기서 일 할끼다”라며 인생 2막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일하는 재미에 명절마저 반납하겠다는 바리스타 어르신들. 추석을 앞두고 네발자전거의 바리스타 어르신들의 ‘신 추석풍속도’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왼쪽부터 최유범, 박상동, 박조엔, 박석인, 변임순, 백석애, 김용심, 권영숙, 김형대 바리스타, 네발자전거 문준홍 대표
지난 5일 오후, 남해문화원 어르신문화일자리 갤러리카페 ‘네발자전거’를 찾았다.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겨준 이는 실버바리스타 박석인 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 “커피부터 한 잔 하라”며 변임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원두커피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시큼한 향기가 실내 구석구석 퍼진다. 완성된 커피는 백석애 바리스타가 서빙했다. 공손하고 기품있는 자세가 실버바리스타들의 서비스 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 “젊은이들의 전유물? 노인들도 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9명의 실버바리스타들과 마주했다. 어르신들로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커피바리스타라는 직업에 어떻게 흥미를 가지시게 됐는지를 제일 먼저 물었다.
최유범 바리스타는 “커피문화는 대접문화다. 멋있고 훌륭한 커피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고 변임순 바리스타는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원두커피를 직접 경험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커피에 대해 공부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실버세대들의 일자리공간을 창출하겠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78세로 최고령이신 김용심 바리스타는 “옆집 할머니가 커피를 하기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화원을 찾았다. 이번 바리스타 과정을 통해 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생겼다. 몸은 이미 늙었지만 마지막 정열을 바쳐 사회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젊은이 못지않은 옹골진 생각을 밝혔다.

완성된 커피를 서빙하고 있는 백석애 바리스타 모습
# “추석에 문 여는 이유?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 보이고 싶어”
민족의 대명절 추석에도 네발자전거는 멈추지 않고 돌아갈 예정이다. 그 까닭은 뭘까? 기자가 실버바리스타 어르신들을 찾게 된 핵심에 대해 짚어봤다.
이번 ‘추석무휴’ 결정은 박석인 바리스타의 제안에 구성원 모두가 찬성하며 이뤄졌다.
박석인 바리스타는 “명절이면 많은 향우들이 찾아온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 을씨년스럽기보다는 활발해보이는 것이 향우로서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활기찬 공간과 한 잔의 커피를 대접할 수 있다면 향우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좋은 기억이 될 것 같아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백석애 바리스타는 “우리 딸도 외지에서 산다. 올 추석에 집에 오면 엄마가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 집에서 TV나 보고 있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고 전했으며 김용심 바리스타는 “슬하에 7남매를 뒀는데 ‘나 명절대목 봐야하니까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다. 커피가 내 인생을 바꿨다. 이제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열정을 과시했다.(그러나 어머니가 활기차고 당당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 자녀들이 모두 내려와 ‘네발자전거’에 들러야만 할 것 같다.)
김형대 바리스타도 “일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지금도 알알이 익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변임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 “노인 일자리 창출, 사회봉사가 우리의 목적”
김용심 바리스타가 ‘추석대목 봐야한다’고 말하자 단순한 돈 욕심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심 바리스타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사회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다.
김용심 바리스타는 “커피 팔아서 쓸데가 많다. 혼자 사는 노인들 점심봉사도 할 수 있고 남해제일고교 학생들 뮤지컬 활동도 지원할 수 있다. 시작은 취미였지만 이 일은 이제 그야말로 내 인생의 2막이 됐다”고 전했다.
권영숙 바리스타는 “남해 각 마을마다 마을회관이 있고 그 곳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할 일 없이 모여서 놀고 있다. 그 분들에게 바리스타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을마다 이런 카페가 생긴다면 지켜보는 어르신들도 ‘저 사람들이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며 “남해군에서 노인들을 모아 이곳 네발자전거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끝으로 네발자전거 문준홍 대표는 “이 곳은 실버바리스타들의 일터이자 마을의 쉼터다. 이 일로 실버바리스타들은 자식에게 당당한 부모가 되고 다른 실버세대들에게 배움과 도전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카페운영으로 이윤이 남으면 사회적 재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각종 복지관련 사업으로 선의의 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네발자전거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밝혔다.

네발자전거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손님들 모습
이런 이유로 올 추석 이동면 정거리에는 향우들과 주민들이 어울려 커피를 즐기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열리게 됐다. ‘안전한 네발자전거처럼 주민이 모여 사회안전망을 만들자’는 네발자전거의 작명취지 대로 우리 실버바리스타들의 열정이 갈수록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남해군의 노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네발자전거가 남해군을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찾아와 살고 싶은, 살기 좋은 농어촌으로 변모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또한 기대한다.
한편 네발자전거는 이번 추석연휴를 포함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김동설 기자 kds@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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