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듣고 미루어 열을 안다’, 곧 지극히 총명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논어 공야장편(公冶長篇)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유래를 보면 다음과 같다. 공자가 어느날 자공(子貢)을 불러 묻기를 “너와 안회(顔回) 둘 가운데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당시 공자의 제자만도 3천명이나 되었고, 후세에 이름을 남긴 제자도 일흔 두명이나 되지만, 재주로는 자공이 첫 손에 꼽힐 정도였다.
실상 안회는 자공보다 월등히 나은 편이었지만, 그는 공자가 말했듯이 아는 기색을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공자는 안회와 자공을 다 같이 사랑했지만, 안회를 꾸중하거나 나무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자공은 항상 꾸중을 들어 실제 속으로는 안회를 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공자는 스스로 재주를 자부하고 있는 자공이 안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자공은 “제가 어찌 감히 안회를 넘을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듣고도 열(十)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二)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자공의 대답에 흡족해 하면서 “그렇다. 나와 너는 그만 못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자공도 공자의 제자 중에서 변설(辯舌:변론)에 뛰어나 공자가 여러 나라를 순회할 때 주로 외교업무를 맡아 처리했으며, 재산을 모으는 재주가 뛰어나 공자의 정치자금을 대부분 뒷받침할 정도로 돈벌이에 힘을 기울이고, 그의 판단은 옳고 정확하다고 공자는 말했다. 자공이 변설에 능했다고 하는데,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머릿속에 든 지식이 많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자공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변설로서 유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윗사람의 성격과 심리, 그 나라의 상황과 주변 정세, 국가 간의 역학관계를 꿰뚫는 지식과 정보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의 재테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평소에 물건을 사 두었다가 시세가 오르면 내다 팔아서 재산을 모았고, 일찍이 노(魯)나라와 위(衛)나라의 재상이 되어 천금을 쌓기도 했다. 그래서 공자는 자공이 자기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지만, 판단은 정확하다는 평을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천재는 요절(夭折)한다고 했는데, 공자가 그토록 아꼈던 안회가 32세에 요절했을 때 ‘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하나를 일러주면 금세 습득하고 응용하여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가진 자들에게 ‘문일지십’이란 성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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