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철 남해군내 관광성적표가 나왔다. 남해군의 공식적인 집계 결과와 본지가 일일이 각 관광 관련 업계 등을 탐문해 취재한 올해 방문객 추이 등을 요약해 보면 올 여름 전례를 찾기 힘든 폭염으로 인해 해수욕장은 웃고, 체험마을 등 야외 체험활동을 메인콘텐츠로 하는 관광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칠 줄 모르는 폭염으로 인해 군내 가뭄 피해 우려와 고수온에 따른 어류 폐사 등 달갑지 않은 소식도 들려오기는 하나 최근 몇 년간 휴가철 장마와 주말 궂은 날씨 등 기상여건으로 인해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해수욕장 관광성적은 꽤 선방한 셈이나 다름없다.
남해군의 관광객 유입 분포가 점차 사계절 휴양 관광 형태로 전환되면서 연중 방문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름철 방문객이 부동의 수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군내 공설해수욕장 등 ‘바다’의 힘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군내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37만6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소폭 증가하기는 했으나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해양레저’에 대한 관광 수요가 급감하고 전언한 기상여건 등으로 최근 몇 년간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감소한 기저효과 탓에 올해의 해수욕장 방문객 증가세에 따른 체감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 당국과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특히 방문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은 내수경기 탓에 관광 소비도 함께 얼어붙어 ‘저비용 휴가’가 대세를 이룬 탓에 군내 해수욕장을 비롯한 주요관광지 주변 상권은 전반적 방문객 증가 통계에도 반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의 배경에는 그간 수 회에 걸쳐 본지 보도와 칼럼, 기획기사 등을 통해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던 트렌드 맞춤형 인프라 확충과 소프트웨어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반증한다.
도시 근교의 워터파크가 활황을 띠는 동안 해수욕장은 여전히 1970년대에나 통했던 깨끗한 백사장, 따뜻한 수온, 완만한 수심 등으로 여전히 홍보되고 있으며 주변 편의시설은 2000년대 초반에 그나마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 샤워장과 화장실, 인근의 펜션이나 민박 등에 부설된 편의시설이 고작이다. 과거 해수욕장이 가진 장점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시설과 콘텐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지는 십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군내 여름철 관광객 유입효과를 가장 크게 지닌 해수욕장의 변화나 혁신은 이뤄지지 못했다.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은 남해군이 가진 가장 큰 관광자원이다. 그리고 이 자연이 가진 청정함은 오래도록 지켜나가야 할 남해군 관광의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청정함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자연이지만 그 안에서 역동성을 띠어야 할 것들마저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이맘때 본지 칼럼을 통해서도 지적한 사항이지만 청정함이 지루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다. 더군다나 지루함에 불편함까지 더해지면 그것은 참극(慘劇)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여름철 관광객들의 변하는 수요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역동성있는 관광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트렌드에는 반응하되 장기적으로는 남해군이 가진 관광자원의 가치를 항구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는 대책이나 정책 말이다.
푸념이나 한탄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푸념과 한탄을 넘어 건설적 대안을 함께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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