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듧 고등학생 정경근씨
마흔 여듧 고등학생 정경근씨
  • 장민주
  • 승인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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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보다는 배움을 위해 선택한 길”
  
 
  
마흔 여듧 고등학생 정경근씨. 
  

늦은 나이에 만학의 꿈의 위해 해성고등학교에 입학한 정경근(48·읍 봉전)씨. 오랜 희망이었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크게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두자녀를 둔 한 집안의 가장으로써 힘든 결정은 한 늦깎이 고등학생 정경근씨를 지난 3일 해성고 입학식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 소감은.
= 솔직히 학교 갈 생각을 하니 좋아서 잠이 안 온다. 해성중학교를 졸업하고 31년만의 입학이다. 교과서와 교복을 받고 나니 진짜 학생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설레고 너무 좋아 교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혹시 꼴찌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고민이 많다. 요즘에는 집에 들어가면 책상 앞에 앉는 먼저 앉게 된다..

▲ 진학을 하게 된 동기는.
= 진학이 오랜 희망이었다. 졸업장보다는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결정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아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줘 진학하게 됐다. 또 구미에 계시는 어머니가 학교 가지 말라고 많이 말리기도 하셨지만 나의 뜻을 알고 삼을 삼아 모아둔 돈으로 첫 등록금을 내주셨다. 어머니와 아내의 고마움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

▲ 어린시절은 어땠는지.
= 고향이 남면 구미마을이다. 상덕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우리동네에만 초등학교 동창이 40명이다.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한 동창은 나를 포함해 5명밖에 안되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어서 중학교 진학보다는 남의 집 머슴으로 가서 일을 하거나 배를 타는 등 돈벌이에 바빴다. 우리집 형편이 그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였지만 다른 친구들은 중학교도 못 가고 돈벌이 나섰는데 중학교까지라도 보내준 것에 감사했어야 했다. 도저히 고등학교에 진학시켜 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 중학교 졸업 후 생활은.
= 졸업해서 여수와 부산을 잇는 여객선을 타기도 하고 외국상선도 10년 정도 탔고, 남해에서 택시기사를 5∼6년쯤 하기도 하고 대구에서 수박장사까지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봤다. 10년 전쯤 남해 내려와 정착하게 되었다.

▲ 진학을 결정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 작년까지는 하루 평균 담배를 2갑 정도 피웠다. 올해 들어서부터  끊었다. 몰래 피울 수도 있지만 분명 담배를 피우게 되면 냄새가 난다. 다른 게 거부감이 생길 것 같아 완전히 끊고 있다. 또 얼마 전까지 집에 들어가면 텔레비전 앞에 앉았는데 요즘은 책상에 먼저 앉게 된다.

▲ 학교 생활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 솔직히 학교생활이 너무 기대된다. 지금 내 나이에서 30살을 빼고 18살로 돌아가 다른 학생들과 눈높이 맞추며 똑같이 생활 할 것이다. 또 성적관리를 위해 미리 예습은 좀 하고 있다. 영어는 나름대로 자신 있는데 수학과 과학이 문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들고 다니는 소풍도 너무 가고 싶고 체육대회, 축제 등 학교가 아니면 해볼 수 없는 일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요즘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들도 많이 하던데 관심이 가는 동아리가 있다면 참여해 열심히 배우고 싶다.

▲ 학교생활에 어려운 점도 있을텐데.
= 통학할 때 자가용으로 해야한다.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버스시간도 안 맞고 통학버스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 또 성교육시간이나 사회경험담 얘기시간 등이 있다고 하는데 같이 듣고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다.

▲ 학교 다니면 생업은 어떻게.
= 나를 꼭 필요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미리 학교측에 양해를 구했다. 낮에는 가게를 아내가 보기로 하고 6시 학교를 마치면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벌어 학교 다니며 공부를 할 생각이다.

▲ 계획은.
=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까지 진학하고 싶다. 아직 전공과목의 선택이나 대학까지 졸업해서 무엇을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러나 대학졸업까지의 꿈을 이루면 20∼30년은 젊어져 앞으로의 삶에 더욱 활기가 넘칠 것이다.
/장민주 기자 ju09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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