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믿지 못하는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요즘 사회의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중국 주자(朱子)의 어록을 집대성한 책(冊)인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각종 불경(佛經)에 자주 등장하는 고사성어이다.
주자는 ‘주자어류’에서 ‘남을 속이지 말라’ 즉,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라고 했으며, 당나라 때의 불서(佛書)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는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일체의 선(善)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좋은 길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어떤 학자는 ‘자기기인’은 ‘도(道)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내는 행동이며 학력위조, 논문표절 등 정치인과 지도층의 도덕불감증 행위 등도 자기분수를 망각하는 탐욕에서 기인했다’라고 했고, ‘자기가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 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자기기인’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대는 뻔뻔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을 보면서, 정직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된 세상이 아닌가 싶다.
옳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상관이 없다. 음해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등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본보 '16.3.4보도)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가?
‘문여기인(文如欺人)’이란 말이 있다. 즉, ‘글은 그 사람과 같다’는 말로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언여기인(言如欺人)’ 곧, ‘말(言)은 그 사람과 같다’는 말도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인간의 됨됨이와 진실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뜨거웠던 민중을 가축에 빗댄 발언으로 결국 파면당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사례는 그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서 누리고 있는 명예와 권력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결과다.
전언한 법원주림에서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일체의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좋은 길을 잃게 만든다’고 했던 선현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한 탓이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속이는 일이 없는지 더욱 철저히 자성해야 하고 '자기기인‘으로 인해 자신이 지켜야 할 사회지도층으로의 의무마저 도외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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