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의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가 지난 8일 단행됐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인사였다는 평가 속에서 민선 6기에 이뤄진 정기인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박영일 군수의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원칙’처럼 자리잡은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 군수의 이같은 인사행정을 두고 다양한 배경 분석이 이뤄지고 있느나 종합해 볼 때 박 군수는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로 인사후 제기되는 조직내 불만과 부정적 평가를 배제하고 이를 통해 조직안정화를 택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는 가장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인사행정의 방식이다. 박 군수의 의도건 아니건 간에 이같은 인사 방식은 구성원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단체장의 인사전횡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성과나 실적주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관화·정량화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 조직관리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연공서열 중시’의 인사가 반복되면서 조직내 근무사기의 저하와 이로 인한 조직 침체, 조직 구성원 전체의 자발적 자기계발이나 업무성과 도출을 위한 노력을 가능케 하는 추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초 삼성 등 기업에서도 연공서열로 대변되는 유교적 조직문화를 개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사회와 시대의 흐름은 연공서열제의 장점보다는 단점 극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업과 공직의 조직생리가 동일하지는 않기에 남해군 인사행정에 연공서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무리가 있으나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로 인해 우려되는 조직 침체, 복지부동 등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인사권자의 선택은 필요해 보인다. 전현직 공무원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에서는 보직 관리를 통한 인사시스템의 공고화를 통해 팀장급 공무원의 내부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한 조직 역량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이들이 제안하는 보직관리 인사시스템의 핵심은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후 다소 공직 내부의 인식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6~7급 이상 공무원 사회에서는 잔존한 전통적 ‘요직’에 대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승진대상에 포함된 한정된 인적자원의 인사권자에 대한 ‘소극적 충성’이 아닌 지자체장의 비전과 가치를 자신의 목표와 일치시키고 이른바 군정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충성심’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남해군 행정조직의 중추를 담당하는 6~7급 공무원들이 스스로 ‘요직’에 보임되기를 원하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일체화시켜 자발적인 업무역량 강화로 이같은 역량이 군정발전의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고위직 공무원의 퇴직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는 한정적 인사방식에서 탈피해 고위직에 오르기 위한 보직 경쟁을 유도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승진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를 업무성과로 연계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자체장의 적극적 인사행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위정자들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목민심서’ 이전(吏典) 6조에는 ‘취임한지 몇 달이 지나거든 아전들의 이력표를 만들어 책상에 놓아두라’고 했다. 이는 인사기록카드라는 현대적 행정용어로 바뀌어 여전히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는 있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직책과 보직에 대한 관리가 위정자에게는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직안정화를 위한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방식에 더해 전체적인 조직사기와 역량을 높이는 인사행정 시스템의 도입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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