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의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6월이다.
그러나 푸른빛만큼 시린 가슴을 안고 사는 분들이 아직 많다.
6월은 현충일(6일)도 있고 우리 민족의 가슴아픈 역사인 6.25전쟁, 제2연평해전(29일)이 일어난 달이다. 그래서 국가는 6월을 ‘나라사랑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여 그 의미를 기리고 있다. 호국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고 보훈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전후세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안보의식의 취약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과 중고생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식조사에서 1950년 6월 25일인 한국전쟁 발발연도를 아느냐는 질문에 성인 36%, 청소년 53%가 정확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 모 언론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어린이 100명 중 64명이 애국가 1절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4절까지 아는 학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역사적인 사실이나 단편적 지식의 부재를 통해 안보의식이 후퇴되었다거나 약화되었다고 단정짓기 힘드나 입시 위주의 교육속에서 국가정체성이나 안보관에 대한 교육이 부실한 것 또한 사실이며 그러한 이유로 청소년이 가진 진정한 나라사랑에 대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은 한국군 전사자 22만7천명, 미군 전사자 3만3천명, 유엔군 전사자 3천명, 북한군 전사자 54만명, 중공군 전사자 90만명 등 전체 450만여명의 인명피해가 나고 43%의 산업시설 파괴, 33%의 주택 파괴 등 사람들은 생활터전을 버리고 생존을 위해 피난을 가고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생활고로 지옥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했다.
국가가 분단된 직후 통일을 지상과제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쟁을 하면 수백만의 인명이 희생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은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옛 일화에 중국의 항우와 유방의 일화처럼 유방이 항우에 반기를 들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함양성에 먼저 입성해 항우와 대치를 했으나 살벌한 전투가 임박하자 유방은 백성을 살리기 위해 항우에 항복했다.
그러나 후에 유방은 천심을 얻어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의 고조가 된다. 역사는 국가 최고 지도자라면 국민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깨우치고 있다.
한편 한국전쟁으로 우리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당대 최첨단 기술의 총체라 불리는 전쟁으로 우리는 최신식 문물을 접하는 기회도 됐고 현대화된 교육체계의 도입, 의학의 발전 등 사회의 진일보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쟁은 너무나 아픈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풍요와 자유, 평화를 누리고 있는 뿌리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선열들의 호국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이땅에 전쟁의 아픔이 되살아나지를 않기 바라며 호국영령, 순국선열의 희생을 다시 기리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생각하는 6월이 되기를 바라본다.

/구재모 남해군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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