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마을 사람들은 45도 경사진 산을 깎아 손바닥만한 논을 일구기 시작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얻기 위해 90도로 곧추 세워 돌을 쌓아 논을 만든 농부들은 힘들게 농사일을 해 나갔다.
108번뇌라도 벗어 던지듯 가천마을 농부들은 설흘산 8부 능선까지 논밭을 일구었다. 어느 비오는 날 논을 갈던 농부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이 간 논을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 아홉, ….”
몇 번을 세어 보아도 아홉 배미 뿐이었다. 분명 열 배미의 논 중 하나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까 아침에 올 때 분명 열 개였던 논이 하나가 없어지고 아홉 개 밖에 보이지 않으니 농부는 어이가 없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농부는 포기하고 발 아래 있던 삿갓을 쓰기 위해 집어 들었다.
“아니! 삿갓 아래 한 배미가 있었구나. 아이고 이제 드디어 찾았네.”
손바닥 만했기 때문에 호미로 맬 수밖에 없던 논을 보며 농부는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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