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발표 후 납득하기 힘든 몇몇 정황, 정관가 해석 분분
장기간 수사 부담 느낀 검찰의 무리한 기소 관측도 제기

지난 10일 검찰은 지난해 상반기 정기인사 이후 약 9개월여 걸친 장기간의 수사 끝에 ‘남해군 사무관 승진 인사 청탁 명목 금품수수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며 3천만원의 청탁성 뇌물을 공여한 남해군 6급 공무원 S씨와 이를 수수한 군수 비서실장 K씨 등 관련자 총 6명을 적발해 불구속 기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사무관 승진후보 명부 1순위임에도 승진에서 계속 누락되던 공무원을 상대로 군수 비서실장이 금품을 수수한 사안으로, 뇌물을 마련하고 금품을 직접 전달하는 등으로 본건 범행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S씨의 처와 처제(남해군 공무원)뿐만 아니라 금품 수수과정에서 공무원과 군수 비서실장을 연결하고 뇌물을 전달한 역할을 한 남해군 청원경찰 C씨와 군수 비서실장의 지인 D씨 등 중간 브로커 2명을 적발,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이중 군수 비서실장의 지인인 D씨는 올해초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른바 ‘박 군수 별동대 거짓폭로극’을 벌인 이 중 한 명이다.
검찰은 군수 비서실장 K씨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으며 나머지 5명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엇갈린 관련자 진술, 법정서 어떻게 나올까?
앞서 관련 보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이번 사건의 개요는 사무관 승진에 누락돼 온 6급 공무원 S씨와 그의 처(A씨)가 승진 청탁을 목적으로 3천만원의 금품을 군수 비서실장 K씨에게 전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S씨의 처제(B씨)와 중간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남해군 청원경찰 C씨와 D씨에게 순차적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부터 해당 사건과의 연루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해온 군수 비서실장 K씨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이후에도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황은 올해초 이른바 ‘박영일 군수 별동대’를 자처하며 거짓폭로극이 벌어졌을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와 유사한 윤곽이 나타난 바 있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와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뇌물의 출발점은 같으나 최종 종착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S씨의 처와 처제에게서 출발한 3천만원의 뇌물이 일명 ‘상왕군수’로 회자된 비서실장의 부친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고, 약 4개월여가 지난 올해 1월, ‘거짓폭로극’ 과정을 거치며 중간브로커 D씨는 군수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법정에서 이같은 진술의 변화와 뇌물의 최종 수수자가 변경된 정황 등에 대한 진술이 나오게 되겠지만 D씨의 입에서 나온 이같은 진술의 변경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지점이 진실을 밝혀줄 핵심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천만원, 현금카드로 전달” 3천만원의 행방은?
이번 사안에서 관련자들간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은 이해관계와 향후 처벌과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번 사건의 개요와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른바 ‘검은돈’이 오가는 여타 뇌물사건의 유형과는 사뭇 다른 대목이 눈에 띈다.
중간브로커 역할을 한 D씨는 지난 1월 거짓폭로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비서실장 K씨에게 금품을 전달할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며 “S씨 처제와 청원경찰 C씨를 통해 전달된 돈을 받아 통장에 입금한 뒤 현금카드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진행되던 D씨의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밝힌 D씨의 주장이 검찰 기소 당시에도 그대로 일관되게 이어져 온 것이라면 뇌물사건의 통상적인 사례를 볼 때, 명확한 금품수수 흔적을 남긴 것이 되고 이를 수수한 비서실장은 수수 과정에서부터 너무나 뚜렷한 흔적이 남은 ‘검은 돈’을 수수한 뒤 이를 무턱대고 사용했다는 것이 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의 하나다.
또 인사비리의혹과 관련한 본지의 취재 과정에서 공무원 S씨는 “자신의 처에게 돈을 받아간 사람은 말할 수 없으나 돌려준 것은 D씨”라며 “뇌물로 건네졌던 3천만원은 의혹이 제기된 뒤인 2015년 9월경 D씨를 통해 되돌려 받았다”고 말한 바 있고, D씨는 “이 돈이 비서실장 K씨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뇌물로 전달된 3천만원의 금원이 일치하지 않는 점, 뇌물의 행방과 관련된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법정에서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 차례의 구속영장 기각, 검찰의 무리한 기소?
이번 검찰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은 또 있다. 통상 뇌물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사건 정황에 대해 진술을 맞춰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등의 행위가 있을 수 있어 구속영장이 집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번 검찰 발표에 따르면 검찰은 관련 피의자 6명 중 S씨에게 두 번, 청원경찰 C씨와 비서실장 K씨에게 각각 한 차례씩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S씨는 이 사건이 공론화된 뒤 자신의 처가 돈을 준 사실을 인정하는 등 자신의 범행사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인정해 왔고, “검찰에서도 인정했다”고 말해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인 상황이었다.
이례적인 것은 그간 논란이 지속되는 과정에 단순 전달책으로 비교적 사건의 핵심과는 멀어 보였던 청원경찰 C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다. 단순한 전달책을 넘어 증거인멸 및 도주의가 우려될 인물로 검찰이 비중있게 봤다는 대목이어서 향후 법정 공방과정에서 C씨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이 권력유착형 인사 청탁 비리의 그림이 완성되기 위해 비서실장과 해당 공무원을 연결한 중간브로커 D씨가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세간에 인식돼 온 것에 반해 검찰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D씨에게는 단 한 차례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다.
특히 D씨가 3천만원을 계좌에 입금한 뒤 카드로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비서실장 K씨는 이같은 진술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D씨의 주장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것이라면 비서실장 K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검찰의 기소 발표 후 지역 정관가 일각에서는 영장실질 심사시 이들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검찰이 기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 9개월여에 걸친 검찰의 수사기간 중 사건을 종결하고 기소할 수 있는 핵심인물인 군수 비서실장 K씨에 조사가 지난 4월 총선 무렵 시작돼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시점에 기소가 이뤄진 점을 보면 장기간 수사에 부담을 가진 검찰이 일단 사건의 진실을 법정에서 가려내자는 생각에서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법정에서 가려질 인사청탁 금품수수사건의 진실에 군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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