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짙은데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의 조건은 모두 갖추었으나 일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때로는 위에서 내리는 은혜와 덕이 아래까지 고루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을 표현하는 문구로 쓰인다.
중국 주역(周易) 소과괘(卦)에 ‘짙은 구름이 잔뜩 끼었으나 비가 내리지 않아 교외(郊外)에 나가다’는 구절에서 유래한 이 말은 ‘소과(小過) 괘(卦)’는 ‘때의 형식에 순응하면서 작게 산다는 생활태도로 일관하면 만사가 순조롭다’는 것이다.
창공을 날고 있는 새가 날아오르는 것은 대기의 압력을 거슬러야 하지만 날아 내리는 것은 지구의 인력에 순응해 쉬운 일이라는 말이 있다. 아래로, 낮은 곳을 향하는 자세를 가지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는 세상사의 순리와 처세를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이 은(殷)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포악한 정치에 대해 간언(諫言)을 하다가 오히려 박해를 받자,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자기 스스로만이라도 백성을 위한 덕치(德治)에 힘쓰겠자고 했으나 문왕은 덕치를 베풀 조건은 가졌으나 군주(君主)가 아니므로 분수에 맞지 않게 지나친 데가 있지만 도덕에 의한 교화(敎化)를 정치의 기본으로 삼는 덕치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 했다. 그러나 비가 오기 전에 먹구름만 자욱하듯이, 일의 징조만 나타나고 일은 완전히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이 성어를 쓰기도 했다. 공자는 '위정자(爲政者)가 덕이 있으면, 힘이 없어도 백성들은 절로 그 덕에 교화된다(무위이민자화無爲而民自化)'라고 했다.
현재 우리사회는 위정자의 리더십 위기와 상생정치의 실종으로 사회 각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말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밀운불우의 현실이 초래된 원인에 대한 책임공방이다.
야당과 개혁성향의 신문들은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한 책임은 바로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며 맹공을 펼치지만, 정부 여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네 탓,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그야말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자신들의 허물에 대해 보다 관대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서는 과대망상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남을 비난하는 것으로 자기의 약점을 감추는 일은 비겁하지 않은가?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