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뇌출혈로 투병하다 뇌사판정을 받은 40대 가장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소중한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처럼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사연의 주인공은 故 정동영 씨(이동 초곡, 49세).
故 정동영 씨는 2002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뒤 2008년 재발돼 최근까지 오랜 시간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숨을 거두기 전인 지난 4일 집에서 칩거하며 재활에 전념하던 중 소변을 본 뒤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경상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뇌사판정을 받게 됐다. 뇌사 판정 뒤 고인의 가족들은 “평소 모든 것을 나눠주고 가고 싶다”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고, 뇌사판정절차를 거쳐 지난 7일 심장과 간장, 좌·우측 신장, 좌우 각막 등 고인의 장기를 6명에게 소중한 생명을 전한 뒤영면에 들었다.
故 정동영 씨는 이동 초곡마을에서 태어나 1985년 특전사에 입대할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이로, 버스운전기사로 일하던 2002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발병 이후 편마비 증상으로 초기에는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지팡이를 짚고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밝은 모습으로 일상을 보냈다.
이후 고향 마을에서 부인 하미정 씨와 함께 블루베리농장을 경영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고인은 4일 이상증세 발현으로 병원에 이송된 뒤 뇌사상태에 들었고, 가족들은 고인의 평소 밝혀온 뜻을 이어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근무하며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블루베리 농사를 지어온 미망인 하미정 씨는 “2002년 쓰러진 뒤 14년 동안 이어진 오랜 투병생활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또 아이들에게도 아빠를 잃은 슬픔보다 아름다운 선행을 하고 떠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장기 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될 누군가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고 정동영 씨는 부인 하 씨와 딸, 아들 등 두 명의 자제를 두고 있으며, 특히 큰 딸은 아픈 아버지를 보살펴주기 위해 간호학과에 진학했는데 그 뜻을 이루기도 전에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늘 오전 남해전문장례식장에서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희생과 헌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도록 남은 이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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