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아직도 ‘보릿고개’를 겪었던 배고팠던 시절이 엊그제인 마냥 기억이 또렷하고 정부가 나서 분식장려운동을 펼치고 이어 혼식장려운동을 펼쳤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꽤 많으실 듯 하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았던 쌀이 불과 수 십년만에 ‘남아 돌아 처치조차 곤란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리라곤 그 당시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품종개량과 농업기술의 향상으로 쌀 생산량은 느는데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FTA 체결로 국내쌀과 외국산 밥쌀이 경쟁하는 시대가 됐고 서구식 식습관의 확산으로 쌀 소비는 더욱 줄고 있다. 여기까지는 국내 쌀 산업 전반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된 현실이다.
지난 24일 남해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보물섬 남해쌀’의 관내 소비 진작을 위한 관계자 간담회. 참석대상은 농업인단체와 농협, 남해군 영농당국이었고 군내 마트 대표 등 업계 관계자였지만 논의 초반 서로의 위치는 약간 달랐다.
이날 간담회의 공략-간담회 참석자들 중에는 이 ‘공략’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포인트는 군내 마트였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면 “남해에 영업장을 두고 남해군민과 쌀 생산농가와 농업인을 주고객으로 하면서 외지쌀은 매장에 버젓이 놓고 파는데 왜 남해쌀은 팔지 않는가”를 묻기 위한 자리였고, 약간의 성토를 위한 복선도 깔려 있던 자리였다.
공략은 성공했을까. ‘개별 접촉 후 남해쌀 입점 및 판매 의향 확인’이라는 결론만 보면 성공적 이긴 했으나 오히려 공략대상이 ‘남해쌀’의 아픈 환부를 정확히 짚어 눌러버린 형국이 됐다.
이들 마트관계자들은 ‘남해쌀’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음을 불과 몇 분, 불과 몇 마디 하지 않고서도 정확히 진단해 냈으며, 내상은 결국 공략을 꾀했던 이들의 몫이 됐다. 이왕 짚은 김에 아프지만 조금 더 환부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간 ‘이모작에 따른 미질 저하’를 이유로 시장에서도, 소비자에게도, 심지어 군민에게도 외면받는 ‘남해쌀’의 몰락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이들조차도 관망해 온 것은 아닌지 먼저 자문해야 했다.
이날 간담회는 쌀 소비 진작을 위해 ‘발로 뛰어야 할 이들’의 책무를 정확히 짚어준 부수적 성과도 있었다. 군내 마트를 활용한 유통망 확보, 이를 통한 관내 소비 진작보다 더 중요하게 지적된, ‘남해쌀’의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한 선행적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일깨워줬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도 우회적으로 제시됐다.
우리는 외면해 왔던 ‘남해쌀’이 나락 그대로 인근 지자체의 미곡처리장으로 옮겨져 그 동네 간판을 달고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음을 왜 우리 군민들은 몰랐는가? 우리는 외면해 온 ‘남해쌀’이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진주의 병원에서, 김해와 창원, 양산, 거제 등에서는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었는가? 갈수록 식품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군내 벼 재배면적 90%에 친환경농법이 도입돼 안전성에서만큼은 전국 어느 쌀 브랜드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왜 우리만 모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제부터라도 나와야 한다. 쌀 소비진작을 위한 해법이 책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머릿 속 구상이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번 간담회가 남긴 교훈은 ‘알면서 행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앎이 곧 행위”임을 강조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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