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교수 기증작품 관리부실, ‘부끄러운 민낯’ 드러내

문화체육센터 예술작품 관리체계 및 수장고 마련 시급

남해군 문화예술작품 관리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향우 도예가 김현정 교수의 기증작품이 훼손·분실 논란에 휩싸이며 남해군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

서면 노구마을 출신으로 미국 미시시피 잭슨 주립대학교 도예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현정 교수는 지난 2010년 크고 작은 오리와 개구리 작품 등으로 구성된 ‘자연의 환상’을, 이어 2012년에는 총 8점의 평면도예작품 ‘해바라기의 만남’을 남해문화원에 기증했다.

자연의 환상은 전시대와 함께 문화원장실 앞에 전시됐다가 이후 다목적 홀 2층 계단 밑으로 옮겨졌고 해바라기의 만남은 문화체육센터 로비 벽면에 부착·전시됐다.

지난해부터 작은영화관 ‘보물섬시네마’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리모델링 공사구간에 위치해 있던 ‘자연의 환상’은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의 엇박자 속에 갈 곳을 잃고 해매다 오리작품 10점만 남해문화원 하희숙 전 사무국장의 자택으로 옮겨졌고 벽에 부착된 ‘해바라기의 만남’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서울 작품전 관계로 최근 귀국, 남해문화원에 기증작품의 안부를 물은 기증자 김현정 교수는 ‘작품이 개인주택으로 옮겨졌거나 행방이 묘연하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했다.

향우 도예가의 고향사랑이 담긴 귀한 두 작품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해군은 “작은영화관 리모델링 관계로 ‘자연의 환상’을 옮겨줄 것을 남해문화원에 요구했으나 ‘문화원 현 집행부가 기증받은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옮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기증 당시 집행부에 연락해 작품을 이전토록 했다”고 말했으며 남해문화원은 “남해군이 작품을 기증받은 문화원과 협의없이 ‘자연의 환상’을 임의처분 했다”며 맞서고 있다.

또한 ‘해바라기의 만남’의 행방에 대해 남해군은 “리모델링 도중 어디론가 옮겨져 담당자가 찾고 있다”고 답했다.

현 시점에서 이같은 군과 문화원의 책임공방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김현정 교수의 두 작품을 관리할 책임은 남해문화원과 남해군 양쪽이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교수는 남해문화원에 작품을 기증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곧 남해군민을 위해 남해군에 기증한 것과 같고 작품이 전시된 문화체육센터 건물을 관리할 책임은 남해군에 있다.

지금 문제에 대한 책임여부보다 시급한 일은 사라진 ‘해바라기의 만남’을 찾는 일과 기증자에 대한 정중한 사과,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증예술작품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해문화체육센터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작은영화관과 다목적홀, 공연연습장의 운영과 대관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그림·조형물 등 예술작품에 대한 관리규정은 전혀 없다.

이에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체육센터 내 예술작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군내 한 미술가는 “작가가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기증한다는 것은 기증받는 곳에서 보관을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증을 받는 시설에서는 회화작품은 항온항습 설비가 마련된 수장고나 전시실에 작품을 보관·전시해야하며 온·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예작품은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관 또는 전시해야한다”고 말하고 “지자체와 문화단체가 작품을 관리하지 못해 개인에게 작품을 맡기고 심지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증작품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기증작품목록대장을 만들어 정리하고 문화체육센터 내 수장고를 조성해 ‘문화시설’이 예술작품을 관리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과 문화원이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증자의 작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훼손된 채 개인의 집에 보관되거나 종적조차 알지못하는 어이없는 촌극이 벌어지는 남해군. 이후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문화예술작품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작품 기증자 김현정 교수는 “’자연의 환상’은 회수해 작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다른 곳에 기증할 생각이며 ‘해바라기의 만남’은 일정기간 동안 회수를 기다린 뒤 이후 조치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하고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이 협조, 남해군의 미래와 문화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 달라”고 ‘점잖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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