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체감하지 못하는 ‘관광객 천만시대’, 구호부터 버려야

군 보유 데이터만 잘 활용해도 관광정책 입안 기본은 가능

최근 남해군 민관을 막론하고 ‘남해 관광’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보물섬’ 이지만 경관 위주의 관광으로는 남해군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체류형 관광’을 지향한다고는 하나 ‘유람’ 또는 ‘경유형 관광’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

남해군은 ‘연간 관광객 500만 시대, 천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한다’는 선언과 다짐을 내놓은지 오래지만, 관광업계 일선의 체감은 과연 그럴까. 결론은 ‘아니다’에 가까운 듯하다. 여전히 남해관광에 대한 호평보다는 보완과 개선을 주문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 잦은 것을 보면 더욱 그 결론에 신뢰가 간다.

관련통계가 없어 객관적으로 이같은 일선의 체감도를 증명하기는 어려우나 최근 군내 펜션사업자들이 펜션활성화를 두고 남해군과 대책을 숙의하는 등 관광업계 전반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은 깊고 어둡다. 군민들 사이에서는 “돈 되는 관광은커녕 쓰레기만 남는 관광”이라는 푸념이 나온지 오래다. 군내 관광분야 일선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관광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집계된지도 모를 ‘연간 관광객 500만명’이라는 수치가 주는 상징성이나 기대감이 관광업계의 체감 현실을 뒤덮고 있는 대표적인 ‘허구’라며 이 수치부터 거둬내야 남해 관광산업 발전의 기초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관광객 유입 몇 만명, 지역경제 파급효과 몇 억원’에 목멜 것이 아니라 관광객 수는 적더라도 남해 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표들을 발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해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관광 남해’의 현주소를 다시 진단하고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가진 ‘데이터’의 힘에 조금 더 집중해 보자는 제언과 함께 우리 남해가 함께 고민해 볼 접점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신뢰를 잃은 ‘숫자’, 관광발전에 걸림돌

매년 남해군은 군내 주요관광지를 대상으로 한 관광객 방문현황을 집계하고 이를 통계연보에 수록한다. 통계에 반영되는 곳도 나비생태공원과 국제탈공연예술촌, 남해유배문학관, 원예예술촌, 이순신영상관, 금산 등 일부 유료 관광지와 남해스포츠파크, 망운산, 상주·송정해수욕장, 이락사 등 무료관광지 12개소뿐이다. 한 관광객이 언급한 이들 관광지를 중복방문한 경우도 카운트되기 때문에 ‘허수(虛數)’가 있다는 지적은 관에서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기획보도를 준비하면서 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더할 수 있을 데이터를 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남해군의 전체 산업구조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경제부문에서의 비중 등에 대해 군 관계부서에 문의했으나 이렇다할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그나마 군 통계연보나 홈페이지에서 재정규모와 산업규모를 기반으로 한 통계가 있기는 하나 관광업이 포함되는 3차 산업 내 타 서비스업과의 구획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객관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유사한 통계나 현황들을 수집해 본 결과 남해군내에는 현재 1000개 이상의 숙박업소와 750개소의 음식점, 16개 체험마을, 122척의 관광낚시어선 등이 관광업 관련 통계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관광 남해’의 현 주소를 진단할 수 있는 가시적인 통계는 대략 이렇다. 그럼에도 남해군은 ‘관광산업 육성’을 지난 십 수년간 군정과제에 이름만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내세워 왔다.

군내 관광분야 종사자는 “남해군에는 관광업 또는 관광분야와 관련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끝나고 축제 방문인원이 집계된 뒤 어떻게 나온 수치냐고 군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같은 시기 원예예술촌 방문객이 몇 명이었기 때문에 이 수치에 곱하기 3을 하면 대략 독일마을 방문객으로 봐도 된다’라고 하더라. 이게 남해군의 관광 통계 집계방식의 현 주소다”라며 혀를 찼다.

이미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신뢰를 잃은 ‘숫자’가 관광남해를 대변(代辯)하는 형국이다.

 

 

 

▲‘빅데이터’, 익숙한데 우리에게는 낯선 그 이름

통계, 통계는 우리 일상에 아주 많은 면에 침투해 있다. 행정의 영역에서는 통계가 정책결정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현재 찬반 논의가 열띠게 펼쳐지고 있는 군 청사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군민 의견 수렴과 여론조사도 통계의 한 영역이다.

최근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통계라는 단어보다 더 빈번하게 쓰인다.

‘빅데이터’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제쳐두고 쉽게 정리해 보자면 고도로 다변화, 다양화된 사회에서 그 변화만큼이나 많은 정보(데이터)들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것을 한데 모아 그 정보들의 상관성을 분석해 새로운 유형의 정보를 생성함으로써 이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쉬운 예를 들면, 일요일 밤 늦은 시간 방송되는 KBS2TV의 인기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방송되는 시간대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월요병’, ‘출근’, ‘우울’, ‘피곤’이라는 단어가 주로 언급된다.

여기서 정보는 두 가지로 이미 형성됐다. ‘개그콘서트’가 방송된다는 것과 SNS상에서 전언한 단어들이 주로 언급된다는 것. 일요일 밤 늦은 시간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 그와는 상반된 ‘월요병’, ‘출근’, ‘우울’, ‘피곤’이란 상반된 의미의 단어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정보 사이에서 새로운 유형의 정보가 형성되고 이 정보는 시장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모습을 갖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집된 개인의 잠재된 욕구가 ‘월요병’, ‘우울’, ‘피곤’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아는 시장은 ‘개그콘서트’ 방송 전 광고를 비집고 들어간다. ‘에너지드링크’, ‘비타민’ 광고가 이 시장을 뚫고 들어가 앉는 이유다.

 

 

 

▲공공영역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사례, 눈여겨 봐야

지난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제목을 살펴보자. ‘서울 중랑구선 노래방, 관악구선 한식당 개업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신한카드 빅데이터트랜드연구소가 전국 생활밀착업종 20개를 대상으로 2014년 개업한 가게 중 15년 폐업한 가게수를 분석한 결과 가장 폐업율이 높은 업종과 지역을 조사해 폐업가능성이 큰 사례로 통계를 낸 것이다.

최근 카드업계는 자신들이 가진 고객의 카드결제 정보 등 다양한 정보, 즉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로 고객의 사용 패턴을 분석, 상품을 만드는데 활용하는 것을 넘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는 등 활동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유는 소상공인 창업 컨설팅을 미끼로 카드가맹점 확대 등 카드업계의 영업이익 확대 및 고객 확보에 쓰겠다는 의도다.

빅데이터는 이같이 특정업계를 넘어 공공영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국내에서 공공데이터 활용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하나의 사례만 들어볼까 한다. 독자들 중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접한 기억이 있을 법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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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2013년 말 ‘심야버스 노선 수립’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공부문 빅데이터 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KT와 통화량 통계 데이터와 시가 보유한 교통데이터를 분석해 심야버스 노선을 개선했다. 자세한 기법을 요약하자면 서울시는 심야시간대 통화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순위를 매기고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수요가 많은 지역을 분류해 냈다. 서울시는 이렇게 시각화된 유동인구를 노선별, 요일별로 패턴을 분석, 심야버스 노선 수립이라는 공공정책에 반영시켰다. 기존의 시가 만든 심야버스 노선안과 비교해 차이가 나는 부분을 개선하고 7개 노선을 추가해 이른바 ‘올빼미버스’를 운행했다. 노선 이름에는 밤을 뜻하는 ‘Night’의 ‘N’을 붙였다. 2013년 당시 기존에 운행되던 2개 노선과 신설된 7개 노선이 합쳐져 9개 노선이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새롭게 운행됐고 성과는 말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 ‘올빼미버스’의 대박 이후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다양한 정책수립에 적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우리에게 적용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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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남해군, 비교가능한 대상을 놓고 비교 좀 하지….’라고 생각하실 독자(이 중에는 공무원도 포함된다),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 비교 불가능한 대상이다.

서울시가 하는 것을 남해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몇 가지 실례를 들어 우리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을만한 과제로 삼아보자.

남해군은 우선 양 대교를 통해 진입해야 하는 지리적 특성을 띠고 있다. 차량진출입량 통계가 타 지역에 비해 용이하다. 게다가 지난해 통합관제센터가 설립되며 양 대교의 무인카메라를 통한 실시간 통행량 집계가 더욱 쉬워졌다. 평일과 주말 진출입차량 통행량 정보는 물론 월별 통계 집계가 가능하다.

우선 이 데이터만 활용해 정책결정에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분야는 교통·도로 인프라 확충을 위한 객관적 근거 확보다. 창선~삼천포 연륙교 개통 이후 국도 3호선의 관광성수기, 특히 주말의 교통 지정체 문제가 빈번하게 언급된다. 늘어난 통행량의 객관적 데이터는 향후 국도 3호선의 확포장공사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도로 확포장은 관광인프라의 구축과도 맞물린다.

또 군내 전역에 설치된 방범용 CCTV도 군내에 진입한 차량의 이동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안고 있다. 수배차량 추적이나 범죄발생시 용의자 동선 추적에 1차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지만 주말에 양 대교를 통해 진입한 차량의 총량이 어느 동선을 따라 주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추적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남해대교로 진입해 국도 19호선을 타고 남면 가천다랭이마을로 들어가는 차량이 많다고 가정해 보자. 1000대가 진입해 특정시간대 남면 가천다랭이마을 인근을 지나는 차량이 300대라고 할 때, 가천다랭이마을 일대의 방문객이 추정될 것이고 이들 차량의 이동빈도를 함께 고려하면 동시간대 주차하는 차량의 평균량을 추산해 낼 수 있다. 가천다랭이마을의 주차면수는 100대라고 가정하면 이 평균량이 향후 방문객의 주차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주차장의 추가 확보계획을 입안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처럼 관광객이 늘어 주차장이 부족하니 예산을 편성하고 추가로 공사하는 것처럼 현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데이터가 현상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 것, 그 정보를 토대로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의 핵심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남해군이 만약 국내 카드 3사와 업무제휴를 통해 관내 음식점, 카페, 특산물 판매장 등에서 결제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남해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보물섬 800리길의 그림을 그리는데 새로운 정보가 될 수 있다.

50대 연령의 관광객이 삼동면 멸치쌈밥집에서 결재를 했다 가정한다. 이 관광객이 음식점에서 결재를 마친 뒤 바로 앞 특산물 가게에서 건멸치 한 박스를 살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단 하나의 사례지만 누적된 정보는 남해군이 특산물직매장을 구비한 보물섬 800리길의 허브를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하고 관내 유동인구 및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통한 시설 확충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이같은 정보가 어떻게 정책으로 연결될까. 정보는 세 가지다. 삼동의 멸치쌈밥 결제, 특산물 가게에서 건멸치, 또는 멸치쌈밤 후 독일마을에서 동일인이 커피를 마신다. 누적된 정보가 굵게 연결되는 동선에, 즉 유동인구가 많은 동선 내에 소비패턴이 가장 많은 업종, 여기서는 카페나 특산물가게다. 보물섬 800리길 삼동권역 내 간이역(허브)에는 카페테리어와 특산물가게를입점시키는게 낫다는 정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제주도는 이미 지역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신한카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광객 지출유형 분석을 통해 관광산업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런 형태다. 서울시, 제주도는 이런데, 우리는 ‘독일마을 방문객 = 원예예술촌 유료입장객 × 3’. 더 이상의 언급은 의미가 없을 듯 하다.

 

 

 

▲‘사람’이 아닌 ‘데이터’가 기본이 돼야

남해군 관광정책의 문제점을 논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 하나가 관광정책의 연속성이다.

관광정책을 입안하는 행정기관의 순환인사로는 관광정책의 일관성은커녕 관광분야 담당 공무원 개인의 전문성 강화나 경험축적도 불가하다는 점이 주로 지적된다.

특히 민선 이후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진행돼 온 관광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현실은 비단 우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간 전문가의 활용도 이같은 정책의 급변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으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만한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찾는 일도 쉽지는 않다.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를 기반에 둔 일관된 정책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적이고 변동가능한 것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의 힘을 바탕에 둔 남해 관광산업의 분석 지표를 만들어가는 것에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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