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때 세도 있는 마을의 어떤 사람이 바닷가의 해안선이 들고 나는 곳이 없도록 도툼바리를 없앨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에게 삯을 주고 일할 사람을 정해 공사를 시작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공사 주인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망운산에서 백발노인이 내려와 그를 깨우는 것이었다.
“여보게 그 일을 당장 그만 두게나.”
“아니 어째서 그러하옵니까.”
“이제 부처님이 이곳에 은덕을 내려줄 때가 되었네.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당신이 디뎠던 그 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되면 그곳에 은덕을 베풀 수 있겠나.”
“정말입니까?”
“아무렴, 정말이고 말고. 부처님은 그동안 은혜를 베풀어야 할 곳을 찾아다니며 은혜를 베풀었다네. 다음 차례가 바로 이 곳이라네.”
공사 주인은 그 말을 믿고 공사를 중단시켰다. 부처님의 성불을 도왔던 도툼바리 때문에 어민들은 부처님의 은덕을 받게 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그해 마을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을 제사도 정성을 들여 지냈다. 어느 날 밤 공사를 책임졌던 주인의 꿈에 백발노인이 다시 나타나 마을의 명운을 이야기했다.
“지난 백 년 동안 외부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사람들만 흥했다가 망하고, 망했다가 흥하고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중단되었다네. 이곳의 이름이 옛날에는 부처를 도와주었다고 해서 미조라 하였지만 이제는 부처가 도와준다고 해서 미조라고 불리게 될 것일세.”
“영감님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나는 이 동네를 돌보는 산신령일세. 자네가 도툼바리를 없앴으면 이 동네는 큰일 날 뻔 했지,”
잠깐 내려다보고 섰던 그 노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이 동네의 액운은 끝이 났네.”
동네사람들은 모두 모여 도툼바리에서 바다에 제사를 지내고 쇳소리도 크게 울렸다. 용왕님 몫으로 잘 차린 음식을 바다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사흘밤낮을 축제분위기로 행사를 치루니 그해 겨울에 없던 대구 어장이 형성되고 대구가 지나니 숭어가 몰려오고 다음으로 삼치떼가 그리고 참돔, 혹돔 등 바다의 여러 어종이 몰려들어 대풍이 되어 미조마을은 날로 번창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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