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설립목표가 대학의 미래다”
“남해와 복잡다양한 연계 강화, 통합 막는 첩경”

올해로 창간 26주년을 맞은 남해신문 창간특집호 특별대담의 주인공은 경남도립남해대학 엄창현 총장이다.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면서 우리 지역의 중심교육기관으로, 또 1000명의 젊은이가 상주하는 곳으로 군내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경남도립남해대학은 대학이나 남해신문 모두에게 특별한 날, 특별한 해에 서로 중요한 지역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다. 더욱이 직설적이다 못해 시원한 화법으로,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으로 대학의 문제는 물론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는 틀을 제시해 주고, 스물여섯 돌을 맞은 남해신문에도 깊이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은 엄창현 총장에게 지면을 빌어 거듭 감사드린다. 또 이번 대담이 이뤄질 수 있기까지 중간에서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해 준 경남도립남해대학 김홍대 교수와 기획홍보실 관계자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장시간의 토론에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지면의 한계와 편집자의 역량 부족으로 대담의 많은 부분을 축약할 수 밖에 없었던 점도 양해를 구한다. <편집자주>

▲먼저 개교 20주년을 맞은 것을 축하드린다. 의미있는 해를 맞은 만큼 첫 질문으로 지난 20년간 경남도립남해대학이 걸어온 발자취부터 짚어봤으면 한다.
= 기업의 성과라면 영업이익이 우선이겠지만 우리 대학의 성과라면 과연 학교의 설립목적에 충실했는가 아닌가에 답하는 것이 될 것 같다. 우리 대학의 설립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남 전체로 봤을 때 동부경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경남의 서민층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했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경남도나 국가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무인력 양성과 공급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로 따져 볼 수 있겠다. 또 설립목적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천 명의 학생이 지역내에서 소비행위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느냐 하는 부수효과를 들 수 있겠는데, 당초 목적과 부수효과 모두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가시적으로는 매년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취업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인근대학과의 경쟁 속에서도 문화관광해설사 양성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남해지역의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성과다.
또 개교 이후 20년간 총 7600명의 졸업생 중 19%에 해당하는 1500명 가량이 남해 출신이다. 만학의 꿈을 갖고 대학을 찾으신 분들도 있고 사회지도층에서 좀 더 나은 활동을 위해 대학의 문을 두드리신 분들도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남해에 대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지역사회 중심교육기관으로 보다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다.
지역의 관광산업에 기여하고 군민들의 평생교육에 이바지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학이 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다양한 활동과 역할로 대학 자체의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사업 유치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의 중요한 산업축인 관광산업과 연관된, 지역실정에 맞는 산업연관성, 지역연계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설 공급해 왔다는 점이 성과고, 또 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 약속이다.


▲최근 남해대학의 성과로 거론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계속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전국 국공립 전문대학 중 유일한 선정으로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린다.
= 자평이라 할 수도 있으나 실로 대단한 성과다. 오는 2018년까지 총 30억원의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의 도립대학이 운영되다보니 도 재정 외 국가지원을 확보해 안정적 대학운영의 기틀을 다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단 우려스러운 점은 같은 도립대학인 거창대학이 선정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재심사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거창대학이 최종 탈락할 경우 시간을 벌어놓은 통합논의가 다시 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성과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통합 논의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고자 한다. 지난 2013년말, 경남도의 출자출연기관 통폐합논의가 불거지며 남해와 거창 두 도립대학의 통합 논의에 이목이 쏠렸다. 지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현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질문을 드려보고자 한다.
= 현재진행형이면서 앞서 잠시 언급한대로 종전보다 더 예민한 사안이 됐다. 앞서 우리 대학이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계속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은 우리 대학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거창대가 최종 탈락해 재정적 상황이 악화되면 도에서는 다시 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양 도립대학의 통합논의의 원인은 간명하다. 철학적인 문제가 아닌 재정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재정적 측면에서 비롯된 통합논의가 거창대학이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지원대상에서 배제될 경우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 도립대학 7개교 중 아시는 것과 같이 경남도만 2개의 도립대학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양 대학이 건전한 긴장관계와 생산적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이나 성과지표에 대해 관리가 이뤄져 오기는 했지만 거창대학의 재정적 위기가 오면 결국 통합의 원인인 재정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경남도가 대학 통합논의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양 대학의 통합으로 7억원의 예산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학 통합 논의는 철학적 논제가 아니다. 재정적 측면이 원인이라면 재정으로 해결하면 된다. 남해군 행정이나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듣기 불편한 이야기 일 수 있으나 재정적 문제의 돌파구는 지역의 분담이다. 쉽게 정리해 양 대학 통합으로 7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통합의 당위성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양 지역이 3억5천만원씩의 대학 재정지원을 분담해 버리면 끝날 상황이 아닌가.


대학 재정지원을 분담하자는 것이 그냥 대학에 ‘생돈’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 하고 있는 손님맞이 준비과정 등 지역의 특성과 산업여건에 맞는 부분을 대학에 위탁하고 이런 작업들을 통해 대학과 지역이 계속 맞물린 고리를 맺어가는 것이 통합 논의를 지연 또는 막을 수 있는 첩경이다. 다소 오해가 있는 것이 대학 통합은 홍준표 지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도의회나 타 시군에서 볼 때 대학 통합의 문제는 남해와 거창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이라고 하는 시장의 문제에서 접근해도 상황은 같다. 오는 2018년이면 고교 졸업생 수가 현 대학정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 도래한다.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도 대학의 감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본내 대학 수가 700~800개 정도 된다. 그중 지방대학의 30~40%는 정원미달 현상을 빚고 있다. 구조조정시기, 흔히 요즘 회자되는 말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그렇다. 국내의 현실도 이와 유사하다. 현재 대학수에서 30%를 인위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의 방향도 대상은 줄이고 지원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살아남을 대학만 남기겠다’는 외생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남해대학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정서적·감정적 접근이 아닌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행돼야 한다. 단기간내 통합논의가 다시 재개돼 없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지역민들도 이해하셔야 할 필요가 있다.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계속지원 대상에 선정돼 통합의 원인인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학의 의지와 궤를 같이하는 지역과 지역민들의 대외적 지원과 대학과 지역의 다양한 연계성을 강화해 더욱 복잡하게 대학과 지역을 묶어야 외생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지역주민의 냉철한 이해와 대학에 대한 애정, 또 지역사회와 행정이 다양하게 대학을 존치시킬 수 있는 지원의 총량 증대에 함께 고민해 주셔야 한다. 덧붙이자면 남해군이 관광객 편의를 위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 않나. 잠시 머물렀다 나가는 관광객들에게 투입하는 예산의 일부라도 연간 1천명이 상주하며 지역내 경제활동의 밑거름이 되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에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기업 하나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대학이 지역민이 통합을 크게 우려할 정도로 지역내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나?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면 지역도 대학을 위해 일부를 환원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찾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시 대학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좀 돌려볼까 한다. 앞서 대학의 성과를 언급하며 취업률, 실무인력 양성과 공급능력을 거론했다. 특히 남해대학은 수년째 해양특성화대학으로 지정돼 조선·해양플랜트분야와 연계된 교육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요즘 해당 업계의 경기가 심상치 않다. 대응방안은 있나?
= 먼저 취업률은 해마다 편차는 있으나 4년제대학의 평균 취업률이 55%내외다. 전문대학은 60% 수준이다. 우리도 편차는 있으나 전국 전문대학 평균에 비해 10%를 상회하는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전국 상위 10% 이내에 매년 포함돼 왔고 순위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단순히 취업률이 높다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은 남해대학형 취업지원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활용해 시장의 동향과 수요에 맞춰 현장실무인력을 양성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세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경남도와 도내 기업과 연계한 산학관 연계 경남형 트랙으로 삼자가 사전 약정을 통해 필요한 업계의 수요에 맞춰 실무인력을 양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 학과단위 NCS 맞춤형 트랙이 있는데 개별기업과 정기적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갈수록 이 트랙을 통한 인력 수급, 취업자 수가 늘고 있고 특히 업계가 요구하는 현장 재교육이 필요없는 실무형 인력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마지막으로 전공 부적응자에 대한 관리를 들 수 있는데 4년제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전문대학 특성상 부득이 발생하는 전공부적응자에 대해서는 전공의 순수성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중요한 시기를 겪고있는 학생들에게 해야할 교육기관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하며 이같은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취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음 질문이 조선해양산업의 침체로 인한 학교의 영향을 묻는 내용인데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는 하나 국가적으로나 특히 경남에서 해당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차원에서도 다양한 회생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당장 고사되게 방치하지는 않을 거란 점에서 우리 대학도 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고 있는 부분은 인근 사천지역의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계획 등 해양산업인력이 항공산업인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문대학 특성상 전문적 학자양성이 아닌 실무인력 양성측면에서 조선과 항공산업은 유사한 산업구조로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변용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변용가능성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내부적으로도 커리큘럼의 변환 등에 대비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몇 년새 대학의 지역내 축제 참여랄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사업 지원 등 지역과의 호흡을 강조해 온 행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이같은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인지?
= 앞서 통합논의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런 활동들이 지역과 대학의 연계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화 중에 지역중심교육기관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는데 서울대를 서울의 중심교육기관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남해대학은 남해의 중심교육기관이 돼야 한다.
일례로 지역축제 참여는 대학을 홍보하는 기능도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현장 경험의 기회 제공과 이를 통한 사회적응력 제고 효과도 있고 행사를 주최하는 지역에서는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가 있다.
아시는 분이 많지는 않지만 처음 부임하고 나서 공식행사로 사회복지시설 위문행사가 있더라. 명절에 한 번 기관장이 시설을 방문해 기념사진 한 컷하고 마는 봉사가 아닌 상시적 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학내 8개 학과와 직원 등 부속인력이 관내 9개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이들이 원하는 봉사를 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광의(廣義)의 개념에서 대학은 교육기관으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력을 배출하는데 방점은 찍혀 있지만 사회와 교류하고 경험을 쌓게 하는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손님맞이 준비과정이나 문화관광해설사 양성사업 등 평생교육사업으로 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자 한다. 다시 통합논의에서 말씀드린 것을 다시 강조하자면 ‘남해대학의 명운은 남해주민들이 쥐고 있다’는 생각으로 대학과 지역이 함께 덩치를 키우고 지역의 공공자원이 연계되는 복잡한 연계구조, 수동적 통합의 외생변수가 이 복잡한 연계구조를 깰 수 없는 논리적 근거를 축적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남해신문이 창간 26주년을 맞았다. 남해신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했으면 한다.
= 앞서 모 지역언론과의 인터뷰때도 말씀드렸지만 지역신문은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지역의 여론을 형성하고 토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외국에 나가있는 독일인들이 자신의 고향신문을 구독한다. 남해지역언론도 향우 지면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런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지역의 다양한 현안이나 군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대현안에 대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현안이 가져올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해 일반인보다 나은 식견으로 옥석을 가리고 명암을 제시하는 것이 지역언론의 책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여론을 형성하는 조정자 역할과 의제가 공론화 될 수 있는 장을 언론이 만들어줘야 하고 찬반이 나뉘는 부분에서는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지점을 짚어주고 이를 통해 형성된 여론을 사회적 공기에 담아줘야 하는게 언론이다.
“대학 없어지면 안 된다”가 아니라 “왜 대학이 있어야 하는가”의 논리를 언론이 만들어주고 여론이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민, 향우의 향수, 지역의 고민, 중앙언론이 못하는 영역, 이슈에 대한 찬반의 입장에 우선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의 철저한 검증, 변수에 대한 예측, 장기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을 언론에서 우선해 줘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몽롱한 판단에 선명성을 더해주고, 지역문제에 있어 선택을 돕는 보도, 그것이 지역신문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대담 및 정리 정영식·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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