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언 전 조합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공석상태에 있던 동남해농협 조합장 자리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지난 18일 동남해농협 조합장 선거 결과 40대의 젊은 후보로 열정과 패기에 전문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송행열 후보가 45.5%의 높은 득표율로 낙승을 거뒀다.
전언한 것과 같이 예기치 못한 일로 조합장 공석사태가 빚어지고 조합장 직무대행기간을 거치며 정당으로 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유사한 체제를 유지해 온 동남해농협.
송행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혹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이변(異變)’이라고 표현했다. 동남해농협 관내 조합원들의 생각은 달랐을지 모르나 선거 중후반을 지날때까지 동남해농협 관외 지역에서 선거를 관망해 온 다수의 군민들에게는 전직 조합장 출신의 김주태 후보나 수 차례의 공직선거 출마 이력을 지닌 이태문 후보에 비해 인지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또 타 후보들이 각자 경험과 현장 활동이력을 내세워 후보의 선명성을 부각시킬 때도 송 후보의 행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확 뒤엎었다.
이번 선거도 지역구도와 인물 중심의 선거로 이어질 것이라 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런 면에서 송 후보의 선거전략은 상대 후보가 보여온 선명성에 비해 다소 밋밋했다. 파급력은 낮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송 후보의 공략 포인트가 민의를 제대로 짚어냈다.
김주태 후보는 조합장 공석사태를 메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안정적 조합 운영을 강조했고, 이태문 후보는 그가 그간 남해군농민회 등 농업인단체와 일선 현장에서 농업정책에 날선 비판을 제기하고 또 농협 조직에 대한 대대적 혁신을 주장하며 농민중심의 농정, 조합원 중심의 농협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송 후보는 조합원이 농협에 기대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춘 공약으로 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의 뚜렷함과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동남해농협 조합원들의 선택은 경험과 연륜을 강조한 고루한 ‘안정’과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급진적 개혁’의 중간지점에 있는 송 후보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이번 선거를 짚어보며 동남해농협 선거결과가 20대 총선 결과에서 읽힌 민심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주지하는 것과 같이 지난 20대 총선은 오랜기간 의회정치의 양대축이었던 여당과 제1야당의 양당구도에서 20년만의 3당 체제로 전환을 이뤄냈다. 국민은 양당체제에서 끊임없이 사회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이 요구를 수용해야 할 제1야당은 집권여당과 같은 모습으로 둔감하고 더디게만 움직였고, 집권여당은 소위 콘크리트 지지기반만 믿고 ‘안정’을 강조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국민은 여당에 철퇴를 내렸고, 야당에는 집권여당을 견제할 힘과 균형을 줬다.
동남해농협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안정’과 ‘개혁’ 사이에 있던 송 후보의 당선은 ‘농협의 변화를 바라지만 급진적이지 않은 점진적 변화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다.
한 가지 더 의미있게 지켜볼 대목은 ‘진정성’이다. 송 당선인의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승인(勝因)은 “젊은 농군으로 살아왔고, 마을이장을 하면서 농협과 관계를 맺어왔고 감사를 하면서 농협업무를 이해해 왔다”는 것이다. 링 밖의 시선은 그가 낯설었지만 관내 유권자, 동남해농협 조합원은 그의 살아온 궤적과 족적에 집중했다. 후보가 가진 선명성보다는 진정성이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향후 이어질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잠재후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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