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바다축제, 무대행사 등 외형적 성장 돋보여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조 북항일원에서 열린 ‘제13회 보물섬 미조항 멸치&바다축제’는 기존 멸치축제의 지역적 한계, 특산물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는 시작점이 됐다.

남해군 최초로 시도한 ‘익스트림플라잉보드’ 시연은 바다를 끼고 있는 장소의 이점을 적극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로 방문객의 호평을 받았으며, 인근 시·군의 전통문화공연은 멸치축제를 광역축제로 키워가려는 남해군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축제를 지켜본 군민들은 대체로 “미조멸치축제의 ‘탈(脫) 남해’ 가능성을 높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갑작스런 행정이양과 경험부족에 따른 아쉬움이 많은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다양해진 무대행사, 축제장 정돈 등은 호평

△화려해진 무대행사와 볼거리

이번 축제의 최대 장점은 크게 강화된 무대행사와 볼거리다. 축제흥행의 3대 조건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 임을 감안하면 볼거리 강화는 곧 축제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행사기간 중 하루 2~3차례 진행된 익스트림 플라잉보드 시연은 이번 축제 최고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 했다. 국내 정상급 플라잉보드 선수인 양동원 씨 등이 펼친 갖가지 플라잉보드 묘기는 시원한 미조바다와 어우러지며 ‘바다축제’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은 좋은 볼거리가 됐다. 또한 거제, 진해, 사천 등 인근 지자체의 전통문화공연 역시 외국인을 포함한 많은 관람객과 사진동호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멸치&바다축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으며 ‘찾아가는 쌈지공연’의 일환으로 펼쳐진 남성4인조 보컬과 여성퍼포먼스팀의 공연 등은 젊음의 에너지로 축제장을 뜨겁게 달궈 SNS시대 멸치&바다축제의 홍보전령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층 정돈된 행사장

이번 축제의 무대와 부스 배치는 과거에 비해 한층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축제 이후 지적된 바 있는 ‘풍물시장’과 ‘각설이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은 주무대 집중도를 높이고 축제의 전반적인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먹거리와 특산물부스가 외부 상인들이 아니라 지역민들로 채워졌던 부분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민 참여 활성화 차원에서 이번 행사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지역민으로 구성된 먹거리 및 특산물 부스의 메뉴가 다양하지 못했던 점은 짧은 시간 축제장을 찾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웠다는 평가도 있어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제공도 좋지만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축제장 음식’ 개발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멸치&바다축제, 외적성장 불구 디테일은 ‘아쉬움’

▲축제장 안내, 소비편의 제공 부족, 과도한 ‘의전’ 눈살

△축제장은 어디? 길 막고는 교통안내도 없어

축제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10분까지 미조마을 입구 초전삼거리에서 진입 차량통제가 실시됐다. 무민사에서 열리는 고유제례와 퍼레이드로 인한 통제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차량을 통제하기만 했을 뿐 우회도로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에 배치된 진행요원은 운전자들에게 돌아가라고만 할 뿐 어디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아 갈 곳을 잃은 차량들은 오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일부 방문객들은 초전삼거리에서 삼동방면으로 좌회전해 아예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요행히 설리해수욕장 방향으로 차를 돌려 미조 남항방향으로 들어서도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당연히 우회구간에 있어야 할 행사장 안내 이정표도 안내요원도 없는 상황에서 길을 따라 진입한 차량들은 구 수협위판장으로 들어섰다가 막힌 길에 다시 되돌아 나오는 등 혼란이 계속 됐다. 불과 30~40분의 짧은 차량 통제였으나 그 시간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멸치&바다축제가 어떤 첫 인상을 남겼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ATM 없는데 카드결제도? 관광객 현장소비 유도 제로

이번 축제현장에는 매년 남해군이 축제현장마다 배치해 왔던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없었다. 또한 일부 특산물판매부스 외에 먹거리부스에서는 카드결제도 불가능했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소비편의 제공이나 구매의욕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수단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만 이번 축제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관광객들의 ‘지갑’을 여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해군 관계자는 “ATM은 농협과 협의가 되지 않아 배치하지 못했고 카드결제 역시 주민단체 위주의 행사장 구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멸치&바다축제’라더니 오·폐수는 바다로?

이번 축제현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부스가 들어서 관광객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그렇다면 3일간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남해군에 따르면 관객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쓰레기는 처리업체에 의해 수거·처리됐으나 국물과 식기를 세척에 사용된 오수는 우수관을 통해 그대로 바다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남해군 관계자는 하수관로 설치에 드는 비용이 과다한 이유 등을 들어 현실적으로 개선이 힘든 부분이라고 해명했으나 명실공히 ‘멸치&바다축제’로 명명된 축제에서 바다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모습은 개선 및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안전불감증, 2% 부족한 라이트 쇼, 과도한 의전 ‘눈살’

이번 축제에서는 바다를 활용한 볼거리 가운데 ‘해상퍼레이드’는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은빛라이트야경 쇼’는 ‘기대이하’라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열린 해상퍼레이드는 어선 승선을 희망하는 관람객들을 몇 대의 배에 나눠 태우고 미조바다를 돌아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경과 군 관계자 등이 현장에서 나와 있었으나 구명동의 착용 등은 이뤄지지 않은채 출항해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또 남해군이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라이트 쇼 역시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라이트 쇼는 화려하고 강렬한 레이저 불빛이 주를 이뤄야 함에도 밋밋한 서치라이트의 비중이 높았고 병행된 불꽃놀이는 라이트 빛과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라이트 쇼는 야간에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주무대행사 이외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방문객들의 야간 체류시간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기대 이하의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아두기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재차 도입할 계획이라면 좀 더 세련미를 갖춰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한편 올해 축제 개회식 이후 진행된 ‘500인분 비빔밥’ 만들기 행사는 관광객과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꽤 의미있는 콘텐츠 도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퍼포먼스 이후 군수나 군의회 의원 등 지역 기관·단체장 중심의 과도한 ‘윗사람 챙기기’로 인해 정작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소외돼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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