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부동’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 시대를 사는 이웃들 가운데 가끔 보면 지나칠 정도로 이중성의 잣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 들 속조차 검을쏘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하는 이 시(詩)는 고려 이직(李稷)이 쓴 것으로 그는 약관 16세에 문과에 급제, 영의정과 좌의정을 지냈다.
이직이 읊은 것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사람을 까마귀와 백로에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로 재산, 능력, 외모 등 외형적인 것만 보고, 무의식까지 비교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인간이면 백로쯤 한번 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죽는 날까지 산다.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무의식은 똑같이 작용하고 있다. 겉 희고 속 검은 백로가 될 것인지, 겉 검고 속 흰 까마귀가 될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빛 좋은 개살구’란 속담이 있다. 겉만 번듯하고 내용이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가 허다하니 겉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겉과 속이 반드시 다르지만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아리송하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속담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겉만 가지고 속을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 주는 셈이 된다.
이렇게 우리의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의 경우를 심리학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모두가 가면(假面)을 쓰고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세상에는 위선자, 가식(假飾)하는 자가 많아 옥석을 가리기 어려우니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를 살펴보고 그 사람의 참된 됨됨이를 가려봐야 할 것이다. ‘장자(莊子)편’에 공자가 이르기를 ‘대개 사람의 마음은 산과 강보다 험하여, 하늘을 알아보는 것 보다 더 어렵다. 하늘에는 사계절과 아침저녁의 구별이 뚜렷한데, 사람의 표정은 굳어 감정을 깊이 감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신중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교만한 사람도 있고, 부드러운 것 같지만 사나운 사람도 있고, 재능이 훌륭한 것 같지만 실은 덜 되먹은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아무튼 한국인의 도덕관, 윤리관, 가치관 등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 그릇된 형식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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