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없으면 이(齒)가 시리다’.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이가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해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려 그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서로 의지하고 있어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관계를 말한다.
중국 춘추좌전에 나오는 너무나 잘 알려진 고사성어로 춘추시대 말, 진(晉)나라 헌공(獻公)이 괵나라를 치기 위해, 괵나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우(虞)나라 우공(禹貢)에게 그 곳을 지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자 우공이 수락하려고 하는데, 우나라 충신 궁지기(宮之奇)가 헌공의 속셈을 알고 우왕에게 직언을 했다. 궁지기는 “괵나라와 우나라는 서로 이웃하여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옛 속담에도 수레의 짐받이 판자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며,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곧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괵나라를 치려는 진나라에게 길을 열어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고 고했다.
그러나 우공은 재물을 탐하는 사람인지라 헌공이 길을 내 주는 조건으로, 귀한 보석과 명마(名馬)를 받을 욕심에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진나라에 길을 내주었다. 그러자 궁지기는 후환이 두려워 가족을 데리고 우나라를 떠났다. 결국 궁지기의 예언대로 그 해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돌아가던 진나라 군사는 우나라도 정복하여 우공을 포로로 잡아가고 말았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 중 하나는 내 주변과 우호적이고 상생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웃나라와의 상생, 국민과 통치자 간의 상생, 학생과 선생님과의 상생, 병사와 장교와의 상생 등 난세일수록 결국 상생과 공존이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소통의 부재와 공멸의 문제를 많이 지적하고 있다. 노사(勞使)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고, 국가는 국가마다 겉으로는 유화의 제스처를 보이지만 이면에는 대화의 창구를 닫고 자국의 이익 추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의 두 축인,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평행선을 달리며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이란 고사를 떠올리며 어려울수록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상생을 추구하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세상에 나 혼자 잘나서 잘 될 일은 없다고 본다.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급난지붕(急難之朋 본지'15.6.5보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쫒기보다는 상부상조하는 것이 내가 살길이라는 가르침의 순망치한.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은 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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