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 고유문화 녹아든 수공예품, 협동조합으로 첫 발

지난해 서촌 두레마켓서 최다 판매, 실력 검증
‘이방인’ 시선 넘어선 “그녀들의 열정은 뜨겁다”

“음... 지금 우리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서 우리 다음으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 2세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죠.”
얼핏 목소리만 들으면 우리 주변 여느 30대 엄마가 지닌 심성과 애교어린 어투를 띤 그녀들. 그들이 다른 것은 우리 한국인들과는 다른 짙은 눈매와 우리내 뭉툭코와는 다른 콧대를 지녔다는 것 뿐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입으로는 답을 하지만 눈은 한 곳에 집중돼 있고 손은 분주하다.
그러기 얼마나 지났을까. 뭐를 뚝딱 뚝딱 하는 듯 하더니 요즘 젊은 층에서 각광받는 향초(캔들) 하나가 그녀의 손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다.
공방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분위기지만 이 공간은 여느 공방과는 다른 느낌이다. 일반 가정집 같은 곳에 우리와는 조금 다른 외형의 여성 대여섯이 늘 모여있는 이 곳, 남해읍 중촌마을에 자리한 결혼이주여성 자립공동체 ‘다이아(다문화 이주여성의 아지트)’다.
어둠이 주변을 덮은 밤 9시, 저 멀리 농로에 세워진 전봇대 가로등의 붉은 빛과 이 곳의 하얀 백열등 불빛만이 주변의 어둠을 잠깐 밀어제쳐두고 있다.
‘보물섬 다이아’는 지난 2014년 처음 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사업운영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관광두레’사업을 지원, 협동조합형태로 첫발을 내딛은 보물섬 다이아의 주인은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주로 비즈브로치와 팔찌, 맥주양초, 우드수첩 같은 액서세리나 관광기념품 등을 주로 만들고 일반 방문객이 찾아와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축제가 열리면 부스를 차려 제품도 판매하는 형태가 다이아의 주요활동이다.

첫 발을 뗀 지 약 2년 남짓한 지금이야 하나의 작은 기업이라는 소리도 듣지만 마을회관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작업공간을 찾아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남해군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처음 생길 당시부터 인연이 이어져온 회원의 집에서 공방 형태의 작은 공간을 마련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때론 일반 가정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불편할 법도 하련만 모여앉으면 이런저런 얘기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금새 작업실이 사랑방이 된다.
이 곳에서 만난 박해월(중국) 씨도 “처음 다이아에서 활동할 때는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그 기대도 키우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조금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월씨는 이어 바로 옆 동료를 가리키며 “저 친구 처음 만났을 때 뱃 속에 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고 아이가 성큼성큼 잘 걸어다닌다”며 “그런데 벌써 배가 또 불룩해져 있다”며 눙을 쳤고 한바탕 까르르 웃고 난 뒤 좀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되짚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환한 그녀들의 미소에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도 묻어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손에서 만들어진 액서세리 하나가 편견없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몸부림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삶은 일분일초도 아까울 정도로 바쁘고 분주하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매주 월요일이면 인근 진주로 가서 작품 제작에 필요한 전문교육을 받고, 매주 한 차례 이 곳에 모여 주문들어온 제품들을 만든다.

그녀들의 열정이 빛을 발한 일도 있었다. 지난 2014년 지역희망박람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다이아 부스를 찾아와 이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을 살펴보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관광두레와 서촌한옥마을이 함께 한 ‘두레마켓’ 프로젝트에 참여해 판매실적에서 최상위에 올라 시상금까지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이제 한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작업들도 진행되고 있다. 관광두레 조직과 업무협약을 통해 다이아를 전국에 알리는 사례발표는 물론 판매처 확보를 위한 노력이 현재 진행중이다.
하희숙 대표는 “보물섬 다이아는 아직까지는 부족하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공동체다”며 “다이아의 운영 목적은 이주여성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하나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 향후 다이아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이 공동대표가 되어 운영될 수 있는 모범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보물섬 다이아는 기업으로 따지면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어린 아이’다. 걸음마를 배우며 넘어져 무릎이 까이고 때로는 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어린아이처럼 다이아 속에서 이들이 가진 열정이 이 사회의 주역으로 성큼 성큼 큰 걸음을 내딛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참! 당장 이번 주말 열리는 설천참굴축제에서도 보물섬 다이아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란다. 축제장을 찾는 군민이 있으시다면 따뜻한 시선과 함께 애정어린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은 어떨까. 기자도 여자친구 줄 액서세리 하나 골라볼 참이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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