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공천 = 당선’ 인식 탓 구태 여전, 유권자 환멸 자초

▶새누리당 사천·남해·하동 경선 주요 일지
2016. 3. 10 = 새누리당 공관위 사천·남해·하동 경선지역 분류
              서천호·여상규·최상화 예비후보 3인 경선 발표
2016. 3. 11~13 = 새누리당 사천·남해·하동 경선여론조사 실시
2016. 3. 14 = 서천호·최상화 예비후보 중복여론조사, 사전정보유출 등
              경선여론조사 공정성 훼손 문제제기
2016. 3. 15 = 새누리당 공관위 경선대상자 3인 소집 회동
              공관위 경선여론조사 오류 인정, 재실시 결정
2016. 3. 17 = 새누리당 사천·남해·하동 경선여론조사 재실시
2016. 3. 18~ = 새누리당 공관위 경선 결과 발표(예정)

여야 가릴 것 없이 20대 총선 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고조되면서 전국적인 공천 파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천·남해·하동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정보 사전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실제 중복여론조사가 이뤄지는 등 경선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빚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새누리당 공관위)는 여상규, 서천호, 최상화 예비후보 3인이 경선을 통해 공천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뒤 곧이어 경선 여론조사가 실시됐으나 이 과정에서 ‘1인 2표’의 중복여론조사가 실시되는 정황 등이 포착돼 일부 경선 후보가 이의를 제기하고 중앙당에 정밀조사를 의뢰하면서 새누리당 경선과정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공관위는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빚어진 중복여론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오는 17일께 경선여론조사 재실시와 진상조사를 위한 검찰 수사의뢰 방침을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경우에 따라 새누리당 후보의 공천 불복 또는 낙선한 후보의 소송 등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당초 새누리당 공관위의 경선여론조사 방식은 당원 대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3:7로 한 기준을 내세웠으나 이는 후보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을 박아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새누리당 공천후보 경선은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들도 문자메시지나 전화, SNS 등을 활용해 당 경선 여론조사 응답 안내 등의 내용을 지지자는 물론 일반 유권자들에게 발송하며 여론조사 경선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 이들 후보들의 안내대로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새누리당 공천후보 경선 여론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다.
별 무리 없이 진행되는가 했던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는 지난 14일 최상화 예비후보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경선여론조사 과정에서의 ‘1인 2표’의 중복여론조사가 진행됐고, 여론조사 결과가 특정후보 진영에 사전유출됐다”고 주장하면서 경선 공정성 시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서천호 예비후보측에서도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한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으나 “경선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진행과정의 오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선 여론조사 신뢰도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공관위, 경선여론조사 재실시 결정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최상화, 서천호 예비후보의 공정성 시비와 정밀조사 의뢰가 접수되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박종희 사무부총장은 15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앞서 실시된 1차 경선여론조사의 무효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중복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등 오류의 원인을 “여론조사기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부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거구내 전화번호 3만개를 추출해 A·B 여론조사기관이 나눴는데 이들 두 기관이 나눈 전화번호를 한 곳에서 조사하는 바람에 350여명이 중복 조사됐다”고 파악한 경위를 설명한 뒤 “모레(17일)쯤 다시 여론조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박 사무부총장은 여론조사 정보 사전유출 의혹에 대한 일부 후보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카톡이나 밴드에서 오간 내용들은 (경선대상자간) 서로 오해를 풀었는데 미진한 부분은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조사는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흑색선전·상호비방에 유권자 반응 ‘냉담’
“여론조사기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는 새누리당 공관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 경선과정을 지켜보는 지역내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일반 유권자는 물론이고 당 공천후보 결정이라는 중대사안을 두고 빚어진 여론조사 불공정 시비로 인해 새누리당 당원들의 불만어린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일반 유권자인 지역민들 다수는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들어서자마자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 SNS,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후보간 비방이 폭주하고 후보간 흑색선전 일색의 내용이 전해지는 상황을 두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던 후보들의 초심은 사라지고 타 후보 깎아내리기, 허위비방, 고소·고발 등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역과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권력과 권좌에만 눈 먼 여당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당원은 “지역 선거 구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공당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 우리 당이 경선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공정성 시비가 빚어지고 당의 후보라는 이들은 당원들의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본선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상황에서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으로 국민들에게 선거와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지역의 공복으로 지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들이 구태정치, 선거악습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 경쟁력 있는 야권후보가 있었다면 본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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