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살아온 한평생

  
 
  

 
  
  
 
  
  

 

 

 

 

 

 

 

 

 

 

 

아직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과 촛불로 불을 밝히며 살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삼동면 동천리 440번지에 살고 있는 시동생 김의성(72) 할아버지와 형수 이국자(67) 할머니의 이야기이다.<사진>

남해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1954년으로 현재는 3만 4천여 가구에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윗대어른들이 터를 잡아 100여 년 전부터 그곳에 살았다는 그들은 집을 짓고 살면서 아직까지 전기를 한번도 공급받은 적이 없다.

이들의 바람이 있다면 전기불 한번 켜보는 것이다.

그들은 호롱불과 촛불로 밤을 밝히며 전기가 없던 시절의 우리네 삶의 모습으로 여전히 살고 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텔레비전, 냉장고 등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제품은 찾아볼 수 없고, 텔레비전 대신 그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하나 있는 라디오이다.

또 냉장고가 없어 여름에는 음식들이 빨리 상하는지라 음식은 그날그날 만들어 먹는다.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가 아닌 아궁이에 땔감을 넣어 불을 지피고, 식수는 김 할아버지가 30여 년 전에 땅을 파서 만든 우물에서 길러 먹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 태어나 70년 넘게 줄곧 여기서만 살았다”며 “전기가 없어 불편한 걸로 말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내동천 이익균 이장이 지난해에는 군에 사정을 알리고 전기설치를 해줄 것을 건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전주에서 200m까지는 전주가 무상으로 설치되나, 그 이후부터는 1m초과 때마다 4만 7000원이라는 금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전에 따르면 이들이 전기를 놓고 싶다면 2천만원이라는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농약중독으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령으로 인해 그나마 있는 땅에 농사짓기도 힘들다. 더구나 요즘은 멧돼지들이 자주 나타나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제대로 수확이 안돼 먹고살기가 어렵다.

김 할아버지에게 지난해부터 나온 보조금 11만원 정도와 할머니가 틈틈이 산에서 캔 약초를 판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어 그들에게 2천만원은 상상도 못할 거금이다.

군도 “행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군에서도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여서 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해 이들에게 전기로 불을 켜는 것은 영영 바램에 그칠지도 모른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전기불 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두 노인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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