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다’,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선왕(宣王) 때, 어느 날 선왕은 위(魏)나라에서 사신으로 왔다가 그의 신하가 된 강을(江乙)에게 “위나라를 비롯한 북방제국(諸國)이 우리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라고 물었다. 이에 강을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방제국이 어찌 일개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 따위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혹시 ‘호가호위’란 말을 알고 계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선왕이 모른다고 하자 강을은 말을 이어갔다.
강을의 이야기를 줄여 옮기면 이렇다.
『어느 깊은 산중에 호랑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먹이를 찾아 나섰다가 여우를 만났다. 여우고기를 별로 먹지 못한 호랑이는 별미를 먹을까하고 여우를 덮치려고 하자, 교활한 여우가 피하면서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정하신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되어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당장 내 뒤를 따라와 봐라”하며 호랑이에게 엄포를 놓았다. 호랑이는 코웃음을 치며 ‘그래, 어디 한번 보자’하고 여우에게 선심을 베푸는척 기회를 줬다. 그리하여 호랑이와 여우는 산속을 헤매기 시작했다. 여우가 앞장서고 호랑이가 뒤에서 어슬렁거리며 따라 다녔다. 호랑이는 다른 짐승들이 과연 여우를 무서워할까 하며 살펴보았다. 토끼 한 마리가 바위틈에서 나오더니 여우를 보자 급히 도망을 가버렸다. 호랑이는 토끼가 여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았다. 몸집을 보더라도 토끼는 여우보다 작지 않은가. 호랑이는 ‘빨리 곰과 같은 것이 나타나서 여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당장 잡아먹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여우보다 강한 맹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숲속을 헤맸다. 드디어 아주 사납게 생긴 곰 한마리가 나타났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곰이 슬슬 눈치를 보며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호랑이가 보기에는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러자 호랑이는 여우가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곰이 달아난 것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었는데도 자신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강을은 이같은 이야기를 선왕에게 전하며 “지금 북방제국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초나라의 군세(軍勢), 전하의 강병(强兵)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호가호위'는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세를 빌어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는 경우와 남을 등쳐먹는 행위를 일삼는 것을 비유하여 사용되어 오고 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