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통합 필요성 인정, 하향식 통합은 안된다"


올해 7월부터 개정 농협법에 따라 농협중앙회 회장이 비상임으로 전환되고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농업인들이 요구한 유통ㆍ판매사업 강화를 위한 개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앙회의 최근 자율합병 추진을 위한 경영진단도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강화를 위한 규모화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합농협이 주작목의 광역단지화가 가능하고 농산물의 집단출하가 용이해져 시장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와 함께 통합농협의 탄생은 지금까지 면단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농협과 조합원간의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조합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규모화(된 통합농협)에 따른 장단점을 짚어 본다.<편집자주>

■ 지역농업의 현주소는

농업중앙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6개 지역조합의 지난해 경제사업(판매사업, 구매사업) 규모는 743억으로 2003년보다 71억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제사업물량은 차이는 있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타지역 1개 단위농협의 경제사업물량과 비슷한 사업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자료에 나타난 대부분의 지역조합의 경제사업량은 전국 조합당 평균 경제사업량(160억/2003년)보다 사업량(평균112억/2003년)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농업의 특성상 생산물량에 한계가 있다는 측면과 운영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지역조합의 여건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지역농협들은 지역농산물의 대부분을 소화하며 농촌경제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이다.     

실제 대부분의 지역농협 자본금은 10억 이하이고 조합원수도 대부분 2000여명 안팎이며, 조합원의 평균 연령도 65세 이상으로 소규모 영농에 종사하고 있어 경제사업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역의 주된 소득작목인 마늘의 경우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 9개월 이상이 소요됨에 따라 이러한 기간내 타 작목을 통한 경제사업을 벌이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농협과 지역농산물 생산구조의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진할 통합농협을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다양한 경제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 “통합농협 장단점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이 규모화(통합농협)되면 주작목의 광역단지화가 가능하며, 대규모 농산물의 집단출하가 용이해 농산물 유통을 주도하는 대형유통업체와 급식업체, 소핑몰과의 직거래가 가능해져 시장교섭력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통합농협은 각각의 법인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된 개별 조합이 합병됨에 따라 중복업무를 방지하고 각종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농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사업과 관련된 이러한 '규모의 경제'논리는 농산물 연합판매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제주지역 17개 일선 농협이 연합을 형성, 판매사업을 시작한 후 지난해 사업실적이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2002년의 판매사업 실적(44억원)의 5배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매사업의 가파른 성장은 무엇보다 농가나 작목반, 개별농협 단위로 이뤄지던 소규모 개별출하가 연합판매를 통해 규모화됨에 따른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져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 물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물량 규모화에 따른 포장개선, 냉동운송설비 등 유통기반시설을 정비함에 따라 물류비가 무려 절반이나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북의 회원조합(영주농협, 평은농협)들이 이같은 '규모의 경제'를 추진해 지역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도모키 위해 통합을 결정했다.

이번 통합은 통합농협에 주어지는 막대한 자본을 활용, 지역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합병을 통한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투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는 합병조합의 경영안정과 농업인 실익지원을 위해 소멸 조합당 30억원의 무이자자금을 6년간 지원하며 이러한 합병지원자금은 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도 소멸조합당 2억원의 무이자자금을 합병조합에 5년간 지원해 조합의 조기자립을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개별조합이 통합됨에 따라 통합조합의 자체 자본금도 늘어 규모화된 경제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쟁력이 약화된 농협을 통합해 농산물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농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조합원과 함께 한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어 통합은 오히려 조합원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지역농가들은 농협을 단순한 법인체가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생각해 유대감이 높다.

이는 회원조합의 임직원 대부분이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과 오랜 기간 농업인과 고락을 같이 해 그만큼 농협에 보내는 신뢰가 깊다는 의미이다.
또 통합농협이 이뤄지더라도 기존의 농협보다 농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지역조합의 통합문제와 관련 대부분의 농협관계자와 농가들은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정부나 농협중앙회의 하향식 통합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한 통합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의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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