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의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편에 나오는 ‘인자무적’은 우리가 흔히 가훈이나 경구(警句)로 사용하는 구절로 ‘인(仁)을 가진 자는 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본래 ‘어진 일을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뜻이다. 인자(仁者)라고 적이 없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인자이기 때문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敵)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인자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위치에 있기에 아무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존재하는 혼란한 현실에서 ‘인자무적’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훌륭한 성어라고 생각한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전쟁에서 패한 치욕으로, 어지러운 정국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맹자는 “인자한 정치를 해서 형벌을 가볍게 하고(성형벌, 省刑罰), 세금을 적게 거둬들이며(박세흠, 薄稅欽), 농업기술 개발을 통하여 백성들이 쉽게 농사를 짓도록 하고(심경이작, 深耕易作), 백성들에게 효제충신의 인간도리를 가르쳐라(수기효제충신, 修基孝悌忠信)”며 네가지 인의 정치를 말했다. 맹자는 이어 “이렇게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진(秦)?초(楚) 두 나라 등, 아무리 무기로 무장한 강한 적이 쳐들어 와도 이길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저들은 백성들이 일할 시기를 빼앗아 밭을 갈지 못하게 함으로써 부모는 추위에 떨며 굶주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들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데, 전하께서 진격해 정벌한다면 누가 감히 대적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르기를 ‘인자한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의심치 마십시오”라고 했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인(仁)은 동양의 지도자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리더십(leadership)의 덕목이었다. 특히 맹자는 인(仁)을 기반으로 한 사랑의 정치로 무엇보다 왕도정치(王道政治)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난세(亂世))라고 해도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조직은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 것은, 어떤 것 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자는 인정(仁政)을 베푸는 사람으로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의 유래이기도 한데, 인정(仁政)은 따뜻한 인간애(人間愛)에 기초한 정치를 말한다. ‘인자무적’은 맹자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전해 오던 것을 인용한 것으로 이렇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면 강대국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주장으로 결국 한 조직의 힘은 무기와 물질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대라는 것이다. 신뢰와 공감은 사랑의 실천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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