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군수와 김언석 비서실장 등 군청 최상층부를 향한 J씨와 P씨의 폭로는 결국 폭로당사자들 스스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잘 짜여진 ‘팩션’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는 성공했다.
J씨와 P씨는 자신들이 꾸며낸 ‘거짓폭로’가 미칠 사회적 파장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들이 이같은 무모한 거짓폭로극을 자행한 배경과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이들의 충격적인 폭로 이후 본지는 폭로내용의 사실 확인에 즉각 착수하면서 이들의 폭로의도와 배경을 추적하기 위한 일에 취재역량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팩트 체크과정에서 이들 폭로내용의 신빙성을 떨어트리는 구체적인 근거와 정황들이 비교적 빨리 확인돼 본지 기자의 취재역량이 사실 확인에 더 많이 집중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폭로 이튿날인 12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J씨와 P씨는 “군수와 비서실장, 상왕군수로 불리는 비서실장 부친 K씨로부터 받은 불법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실비 정도는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찾아갔는데 약속한 군수도 없고 비서실장한테 문전박대 당하자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가 20일 기자회견에서는 “군수 관심을 끌어 사업을 좀 따보려 했다”며 자신들의 11일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수 또는 군수 측근의 외압이나 회유 등이 이들의 입장을 바꾸는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번 사안에 대해 비교적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군 핵심 관계자들과 경찰,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이들 중 일부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의도적이고 계산된 폭로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당초 11일 이들이 폭로한 것과 같이 이번 사건에 비서실장과 비서실장의 부친이 직접 개입됐고 또 특정인사 협박이나 폭력교사 등에 군수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고 검찰이 이 내용을 인지한 상황이었다면 지난해 7월 하반기 인사 이후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착수된 지 약 반년이 흐른 지금까지 군수나 비서실장 또는 비서실장 부친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하는 일 없이 검찰 수사 마무리단계라는 말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 인사비리의혹에 있는 핵심관계자인 공무원 S씨가 이번 폭로와 이에 따른 보도를 계기로 오랜 침묵을 깨고 언론에 전한 입장 중에도 “기존의 보도나 세간의 소문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 또 남해시대신문에 전한 자신의 입장에서 “P씨가 무엇 때문에 이번에 폭로했는지 그 이유를 나는 안다”고 답한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도 “검찰 수사결과만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라며 확답을 피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인사청탁성 뇌물 전달에서 비롯된 권력형 금품비리사건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추론해 볼 수 있다.
또 이번 폭로극 과정에서 이들이 부연한 발언 중에서도 몇몇 추론 가능한 근거도 확인됐다.
당초 이들은 “(지시에 따른 불법행위 수행과정의)실비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가 “군수가 제대로 된 군정을 수행하라는 차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라고 논점을 희석하고 또 이번 폭로극 전개과정에서 S씨와의 통화에서 P씨가 ‘다 같이 살자고 한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 S씨와 P씨 모두가 시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P씨가 검찰 수사 마무리단계에서 검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수 등 이른바 인사실세들을 끌어들인 의도적이고 계산된 폭로극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진실은 비리의혹에 연루된 당사자와 검찰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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